불의 정화

by 소수의견

모나 섬 깊숙한 곳, 거대한 참나무들이 둘러싼 성스러운 숲.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땅바닥에 얼룩진 그림자를 만들었다. 이곳은 드루이드들의 네메톤(성역)이었다. 수백 년 동안 그들의 조상들이 신들과 교감해온 거룩한 땅이었다.


숲 한가운데 넓은 공터가 있었다. 돌로 쌓은 제단 주변에 드루이드들과 마을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어제 밤 기습으로 가족을 잃은 자들이었다.


공터 중앙에는 가이우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손은 뒤로 묶여 있었고, 얼굴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오만함이 남아 있었다.

브란이 천천히 가이우스에게 다가갔다. 늙은 드루이드의 얼굴에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로마의 대군이 이 섬에 상륙할 것이고, 천 년 이어온 드루이드의 전통이 불길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신들은 그에게 계시를 주었다. 저 로마인 중 한 명이 마지막 증인이 될 것이라고. 드루이드의 진정한 모습을, 그들이 추구한 진리를 세상에 전할 자가 될 것이라고.

브란이 마르쿠스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저 자였다. 저 젊은 로마 장교의 영혼 속에는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었다. 완전히 제국의 논리에 물들지 않은 자.

"로마인들아," 브란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우리를 야만인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악마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너희 로마인들이 십자가에 죄인들을 매단다란 것을 안다. 너희는 육신에 죄를 묻는 것이고, 우리는 그 영혼의 정화를 비는 것이다."


가이우스가 비웃었다. "궤변이 아니냐? 너희는 단지 우리를 제물을 바치려고 하는 거 아닌가!"

브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오늘 너희가 보게 될 것은 영혼의 구원이다. 그리고..."

그가 마르쿠스를 바라보았다.


"진실이다."


가이우스가 외쳤다.

"더러운 야만인들아. 우리를 그냥 로마군인으로 명예롭게 죽게 해줘! 더이상 모욕하지 마라!"

군중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나타났다. 브리간이었다. 어제 어머니를 잃은 그 소년이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횃불이 들려 있었고, 눈에는 저주와 분노가 가득했다.


브란이 소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브리간, 네가 하겠느냐?"


어린 소년의 눈은 이글거렸고 이를 악 물었다.

브란이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렇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다. 이것은 정화다. 이 영혼이 죄지은 더러운 육신을 신께 바치고 다음 생에서는 더 나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년이 가이우스 앞으로 다가갔다.


가이우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갑자기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투창을 던질 때는 그저 과녁일 뿐이었던 사람들이 로마인과 똑같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소년이 횃불을 나무더미에 던졌다. 불길이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가이우스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안 돼! 안 된다고!"

불길이 그의 다리를 핥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가이우스는 진정한 공포를 느꼈다. 죽음이 무엇인지,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신이시여 저를 구해주소서!" 가이우스가 절규했다.

하지만 불길은 멈추지 않았다.

"마르스님! 전쟁의 신이시여! 당신의 병사를 구원해 주소서!"

불길이 그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미네르바님! 아폴로님! 어디에 계십니까? 제발 나를 구해주소서!"

가이우스는 이제 자신이 아는 모든 신들의 이름을 불러댔다. 로마의 신들, 그리스의 신들, 심지어 이집트와 게르마니아의 신들까지.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응답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온 모든 것들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진정한 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권력과 승리를 위해 신들의 이름을 빌렸을 뿐이라는 것을.

"구원을... 구원을... 주소서..." 가이우스의 마지막 말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고깃덩어리가 타는 고소하면서도 매캐한 냄새가 마을 전체를 휘돌았다.

마르쿠스가 그 광경을 보며 전신이 떨렸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전투를 겪었고, 많은 죽음을 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전율과 공포. 세포 말단으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온 원초적 자극이 뇌를 강타했다. 그것이 식욕인지 구역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신과 인간. 현실과 사후의 환상들이 짧은 순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브란이 마르쿠스 앞으로 다가왔다.

"보았느냐?"


마르쿠스가 말을 잇지 못했다.

"네 동료는 마지막 순간에 모든 신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평생 진정으로 신을 믿은 적이 없었다. 신은 그저 승리를 위한 도구였을 뿐이지."

브란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에게 신은 삶 그 자체다. 숨 쉬는 것, 사랑하는 것,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 모두 신과의 대화다."


그가 마르쿠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는 증인이다. 너는 우리의 마지막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언젠가 진실을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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