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지겨워요 이제
# 14
제목 그대로다. 엄마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우리 엄마는 호구다. 남한테 다 퍼주는 호구.
어느 날 건설 현장에서 회계 담당인 엄마의 지인이 사업을 같이 하자며 제의했다. 모든 일은 본인이 도맡아 할 테니 사업의 명의만 엄마로 진행하자고 했다. 엄마는 그간 알고 지낸 사이기에 의심 없이 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는지 지인은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곤 그대로 잠적했다. 회계사가 작정하고 조작한 장부 덕에 손쓸 새도 없이 모든 책임은 엄마 탓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엄마는 홀로 법정에 섰다.
난 6살에 학대로 원형 탈모를 앓았고, 작은엄마, 아빠에게 차별을 배웠고, 학교폭력을 당했으며 하루아침에 아빠까지 돌아가셨는데 이젠 엄마의 실형이라니. 내 인생은 매거진 제목 그대로다. 삶이 뭐 이래?
물론 사람을 쉽게 믿고 명의를 빌려준 엄마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온갖 고군분투를 겪어온 사람으로서 법은 항상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했다. 방송에 나와 울음으로 호소하면 무죄가 유죄가 되기도, 법이 생겨나기도 하는 곳, 돈과 인맥이 있어야 수월한 곳, 하지만 그만큼의 돈이나 미디어에 나와 호소할 수도 없다면 벌을 달게 받는 곳이 바로 내가 봐 온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아직 엄마에게 마지막 재판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