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끌림의 서 07화

끌림의 서 Chapter 1 피할 수 없는 외로움

매화꽃 폈다 하신 편지 받자옵고

by 지영Robin
매화.jpg 2022년 3월 어느 날, 집 주변의 매화꽃이 만개


2022년 올해 트렌드 키워드 중 "엑스틴 이즈 백"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 세대를 일컫는 MZ세대에 비해 등한시되던 이른바, X세대(1965년~1979년생)가 부각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1970년대생 엑스틴(X-teen)들이 사회의 허리이자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당분간 대한민국 시장을 이끌고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from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저 내용을 읽다가 한동안 멀리 떠나 있던 애증의 상대를 느닷없이 재회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규정하기 힘든 X-기분이랄까요?


그렇습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내 또 다른 정체성, 나는 X-teen입니다. 다른 X-teen 여러분, 잘 살고 있으신지 안부를 묻습니다.



X세대의 영광은 화려합니다.(고난과 환란은 잠시 넣어두겠습니다.)


그 영광의 대표적인 것은 아날로그 시대의 성장기와 성인 이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를 혼란스러움을 인지하기도 전에 적응하며, 어찌 보면 아날로그의 정서와 디지털의 편리함과 같은 풍부한 인프라를 가장 많이 맛본 세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아날로그적인 것을 보게 되면 노스탤지어에 젖어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레트로 감성이니, 하는 말로 대체되긴 하지만 나는 그냥 "아날로그 노스탤지어"라고 하고 싶습니다.

보면 애잔하니, 마음이 촉촉해지고 무언가 그리워지다 못내 살짝 외롭고 쓸쓸한 기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먹는 아이스크림 맛이나 밖에 비가 내려 축축해, 에어컨을 틀어 약간 서늘한 기운에 덮은 얇은 이불속의 사각거림 같은 그런 느낌은 내게 아날로그 노스탤지어입니다.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을

차마 쓰기 어려워서"

- 개나리, 이은상


처음 이 시를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었을 때, 무작정 설렜습니다. 이 대책 없는 낭만은 무엇일까, 저 비문 없이 단정한 글 안에 담긴 애잔한 균열은 어쩌란 말인가 하면서요.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감정을 배설하듯 내뱉는 요즘과 조금 동떨어진 수줍은 감정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이 주는 넉넉한 여백 안에서 마음이 쉬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찬 기운과 샘을 내는 추위가 기습하는 때에 피는 매화꽃은 그래서 내게 "아날로그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대표적 상징입니다.



매화꽃이 피면, 괜히 시의 첫 구절을 "매화꽃 폈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로 바꿔봅니다. 아날로그 노스탤지어가 극성을 부리는 3월 봄 어느 때, 저렇게 어여쁜 매화꽃이 피었으니 함께 설레 보자고 편지하고 싶습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과 지성을 뛰어넘는다는 요즘이지만 아직은 종이로 된 책장을 넘기고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한 도서관이 더 끌리며 손으로 쓴 메모와 글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적응한 X세대지만 여전히 아날로그를 보면 정겹습니다.


"엑스틴 이즈 백"이 그저 소비의 대세로서만 부각된다면 너무 서글플 듯합니다. 우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낀 세대지만 아날로그의 정서와 감성을 지니고 디지털의 시대를 향유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여전히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니까요.


그러하니 당신!!

여전히 화양연화로 한창이시니,

내내 어여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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