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끌림의 서 08화

끌림의 서 Chapter 1 피할 수 없는 외로움

사랑 vs. 증오

by 지영Robin
어느 늦은 밤, 카페에서의 낙서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태풍 힌남노가 올라온다 하고 얼마 전, 물난리까지 겪은 이후라 모두 뒤숭숭한 때입니다. "풍성한 한가위",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인사말이 무색한 올해의 추석 풍경입니다.

그럼에도 모두의 안전을 기원하며 안부를 전합니다.



얼마 전,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에 대한 누군가 해놓은 해석을 보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으로 랄해줘야 람들이 일인 줄 안다."가 그것입니다. 역지사지의 뜻은 알지만 의미를 이해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는 사람이 많으니, 사자후 터지는 듯한 해석이다 싶고, 거칠긴 해도 딱 맞는 표현이다 싶어 무릎을 쳤습니다.


의사소통 혹은 공감 관련한 것들을 찾아보면 바늘과 실처럼 따라오는 것이 바로 이 "역지사지"인데 실제로 그것의 깊이까지 가는 게 쉽지 않은 듯합니다. 또 타인을 이해한다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타인을 오해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으니까요.

내 마음 짚어, 상대를 바라보기 혹은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인데, 여기서 내가 시각이 편협하다면 그것 또한 비극의 시작입니다.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을 때, 방향이 다른 공감과 틀린 위로는 아니 받느니만 못한 것이 되고, 사람이 내 주위에 있어도 섬이 된 것처럼 너무 외롭습니다. 그야말로 차가움과 얼음으로 둘러싸인 화살이 가슴 한 복판에 박혀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입니다.


'혼자가 더 외로운 섬인가?' 아니면 '사람이 둘러싸고 있지만 섬이 되는 것이 더 외로운가?'는 한때 나의 딜레마였습니다. 내가 손을 든 쪽은 후자입니다.

적절하지 않은 공감과 위로는 해가 되었습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업보"가 있습니다. 일로도 그렇지만 평상시에도 당연한 듯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사람들이 되기 쉬운데, 그것이 싫지는 않지만 때때로 지치기는 했습니다. 쉬러 나간 모임이 어느새, 상담을 하는 자리가 되어 있고 나는 타인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묻혀 집으로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있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편이 나는 더 공감을 얻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의 힘든 감정에 집중하고 그것을 표현해 줄 단어를 찾는 것, 그 단어를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단어를 찾아 그것에 대해 일기를 쓰는 것은 내가 찾은 나만의 위로 방법이며 긴장완화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게 될 때도 그렇게 찾은 단어가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완화가 되면 아무 말없이 잘 들어주는-중간에 말 끊지 않는- 친구에게 구어체로 일기를 쓰듯 말을 합니다. 그럴 때, 나는 유머스럽게 나의 상황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합니다. 유머와 우스갯소리는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버팀목이기도 하니까요.

힘든 순간의 한가운데에서 웃을 만한 것을 찾아내는 노력은 그 힘든 무게를 조금 덜어줍니다. 내 힘듦에 대해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중에 또 웃음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한바탕 같이 웃고 나면 외로움이 멀리 달아나 있으니까요.



얼마 전, 오스카 와일드의 [심연으로부터]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찬란한 명성을 하루아침에 잃은 그가 피와 눈물로 쓴 듯한 글을 읽으며 깊이 느껴진 것 중 하나는 가장 공감하고 위로하며 성찰해주어야 할 대상이 공감해 주지 않는 외로움과 외면으로 인한 상처와 분노였습니다. 또 그로 인한 상대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측은함이었습니다.

"사랑은 상상력을 먹고 자라지. 우리는 상상력에 의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해지고,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나아지고, 지금의 우리보다 고귀해질 수 있어."


"증오는 우리를 눈멀게 하지. 당신은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사랑은 아주 멀리 떨어진 별에 쓰인 것도 읽을 수 있게 하지만 증오는 당신을 철저히 눈멀게 해 담장으로 둘러싸인 옹색한 정원. 방탕함으로 꽃이 시들어버린 저속한 욕망의 정원 너머 눈 볼 수 없게 만들지."

- 오스카 와일드의 [심연으로부터] 중에서


증오가 자신을 괴롭힐지라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측은히 여기는 그에게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심연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게 된 것은 지금의 나에게 깊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처지를 그나마 제대로 보려고 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상상력이 바탕이 된 사랑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하니, 당신!

증오가 당신을 외롭게 하고 괴롭히려 할 때,

더 고귀하고 현명해지는 상상력을 발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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