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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의 서
09화
끌림의 서 Chapter 1 피할 수 없는 외로움
여전히 살아있다
by
지영Robin
Sep 16. 2022
익기 전의 블루베리
오늘은
산다는 것의 처연함과 절실함
을 동시에 느끼는
날입니다.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 괴롭습니다. 젊을 때 한 푼이라도 아끼고 악착스럽게 살아서 아이들도 키워놓고 이제라도 즐기며 살아볼까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고 큰 병이 찾아오니, 이 막막함이 달래지지 않습니다.
병을 받아들였다가도 좌절이 오고 눈떠 새롭게 맞이한 아침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너무 화가 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합니다.
'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
열심히 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왜, 왜!!'
병의 증세를 알아채고 검사를 받고 오진을 받아 치료시기를 놓친 것을 생각하면 너무 창피합니다.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봤으면 오류를 알아챌 수도 있었을 텐데, 설마 하다가 놓친 징후들이 아깝기만 합니다.
병은 전이까지 되었으니 나쁜 세포뿐 아니라 나머지도 힘들게 하는 고약한 치료를 앞으로 내내 받아야만 합니다.
이렇게도 살아야 하나 하면서도 살고 싶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작은 숙모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때는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막내 삼촌이 결혼하고 싶다고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된 그날에 대한 추억은 생생합니다.
아빠와 나이 차이가 많은 막내 삼촌. 엄마가 처음 시집왔을 때 그 삼촌은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다 했으니, 아빠와 엄마는 그 삼촌을 아들처럼 키웠을 겁니다.
사연 많고 애잔한 막내 삼촌을 상냥하고 밝은 작은 숙모가 그동안 얼마나 다독이며 살았을지 우리 가족은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막내 삼촌과 작은 숙모가 겪었을 삶의 굴곡이 새삼스럽지 않을 테지요.
병에 대해 짐작하고 결과를 받기 전까지, 당사자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함이 오죽했을까요.
본인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던 작은 숙모는 그나마 오늘 2차 항암주사 맞기 전이 가장 나은 모습일 듯하다며 만나자 하셨습니다.
늘 아름다우신 모습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다 하니, 그제야 웃으셨습니다.
작은 숙모가 하시는 말씀에 맞장구 쳐주며 우스갯소리도 하며 앞으로 내내 보자
는
말은 소박한 응원이었습니다.
유명한 죽음 학자인 Elizabeth Kubler Ross는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를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으로 말했습니다.
죽음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최악의 일에 대해 5단계
를 누구나 거친다고 합니다.
나의 작은 숙모는 현재 "분노"와 "타협"의 중간 단계인 듯했습니다. 이 얘길 작은 숙모와 나눴습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혼자 너무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을 청하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나를 도와줄 전문가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러하니, 당신!!
여전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그저 이 순간을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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