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예상과는 달리 입원 날짜가 일주일째 접어들었는데도 퇴원은 커녕 몸의 상태는 별반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었다. 이제는 전립 선비대증으로 아예 도뇨관을 제거할 수조차 없었다. 거기에 더 해 요로 폐색에 방광염과 간헐적이던 기침이 심해지면서 가래 까지 생겼다. 폐렴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항생제를 맞고 수시로 열을 체크하면서 지켜보게 되었다. 몸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 지고 병이 덤비듯 달려들었다. 양쪽 팔은 여기저기 찔러댄 주사 바늘에 피멍이 들어 얼룩덜룩 엉망인 상태였다.
병실에 있다 보면 떠다니는 고통의 기운들을 죽 들이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병실의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세상은 평 온하기 그지없다. 길게 이어진 도로를 따라 차들이 꼬리를 물고 천천히 움직이고 내려다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 이 뛰어다녔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리듬과 소음 들이 떠올랐다. 언제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잠시 상념에 잠겼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입원과 함께 난생처음 경험한 병원 생활은 지금까지 알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로 움직였다. 나이를 먹어도 세상 물정에 어둡고 어설프고 서툴기만 한 민낯의 자 신을 마주했다. 병원의 시스템에 갇혀 있다 보니 환자가 겪는 불합리함에도 한없이 무기력했다.
아버지를 간병한다고 밤낮으로 매달려도 병세는 그닥 좀처 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스스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도 악화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 에 스스로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럴수록 밑도 끝도 없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