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 김용기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도주했습니다
오늘새벽
태풍 카눈이 월북하였습니다
나뭇잎 하나도 유별난 게 없었다고
원주 방송국이
이른 새벽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밤 지새운 TV가 멋쩍었던 것이다
술 취한 놈이
갈지 자로 걷다가 정신이 들어
제 꼴 우스운 걸 알았던 걸까
해뜨기 전 철조망을 넘어 도주했다
덕지덕지, 테이프를
유리창에 붙였던 집들은
투덜거리며
멈췄던 숨 몰아쉬며
연신 "고얀 놈" 소리를 뱉어냈다
이른 아침에
말복 매미가 떼로 울기 시작한 것은
성급하다는 게 중론
방송국뜰 느티나무가 시끄러웠지만
아나운서는 그 말은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