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빨리 버리고 간 은혜
- 김용기
예배 후 주차장에는
바닥에 떨어진 은혜가 수두룩했다
감격했던 가쁜 호흡
빠른 맥박 아직 가라앉지 않았는데
왜 버려졌을까
약속이 급하거나
못 참을 만큼 흔들린 기분이었을까
시계는 정확했고
엉킨 사람들은 모두 교우들
못 참은 이유 궁금했다
기도하던 입으로 밥 먹은 것 맞지만
세상 험한 소리는
엊저녁 똥으로 나온 줄 알았다
너나
나나
다르지 않다는 걸
눈을 감고 시인했다
예배 마친 주차장이
조심스럽게 차를 내 주었지만
바닥마다
떨어진 은혜 부스러기는
주차장의 배려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해 지기 전
은혜 필요한 사람들은 가봐라
떨어져 반짝거리는 은혜는
주워가는 사람이 임자
집으로 가지고 간 사람은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