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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

- 반성

by 김용기

말(言)


- 김용기



말에도 앞이 있고

뒤가 있고

그동안 유심히 안 봤다


아버지의 등 보며 자란다는

아들을 생각하니

말을 살펴야 되겠구나 싶어

아버지는 떠나는 말을 붙잡아 놓고

앞 뒤 살폈다


더위 먹은 짜증이 잔뜩 괴었고

더러 곰팡이도 피었다

얼른 입안에 욱여넣고

천정 닿을 만큼 흔들다가

눈을 감고 달랬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꺼낸 아버지 말의 앞과 뒤는

햅쌀 같았다


여름철, 말 꺼낼 때

앞 뒤 살피는 것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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