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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개

새우타령

by 최연수

너무 익어서 까맣게 탄 쪽

아직 설익어서 하얗게 무른 쪽.

어느 쪽이 앞 쪽이고

어느 쪽이 뒤쪽인지.


앞 뒤를 번갈아 살피면서

뒤적이며 부쳐야 하거늘,

무엇에 흘렸는지

누구에게 한눈을 팔았기에....


소주와 함께 안주랍시고

의젓하게 상에 오른 부침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깔스런 부침개라는데.


주거니 받거니 술잔은

번질나게 돌아가건만,

찌푸린 날씨 때문인가

왜들 우거지상인지.

( 2021. 5. 16 )




김치전. 호박전. 부추전. 파전...지금도 좋아하지만 어렸을 적에 부침개를 아주 좋아했다. 주전부리커녕 하루 밥 세 끼 먹기도 힘든 시절, 부침개야말로 주식인 밥보다 더 맛있었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따끈따끈한 부침개는 별미였다. 어머니께서 솥 뚜껑 거꾸로 엎어놓고 부침개를 부치는 날이면, 곁에 쪼그리고 앉아 군침을 삼키며 구경하곤 했다. 때로는 볼 일이 있어 나더러 안팎을 자주 뒤집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한눈팔거나 딴 짓을 하다가 미쳐 뒤집지 않아, 한쪽은 까맣게 탔는데 다른 쪽은 설익어 야단을 맞기도 하였다. 너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탄 쪽을 먹을 때면 뒷맛이 쓸 수밖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깔스런 부침개라면서 내놓는다. 한쪽은 까맣게 타고 다른 쪽은 하얗게 설익었으니, 먹어보나 마나다. 무엇에 흘렸는지, 누구에게 한눈을 팔았는지 자주 뒤적이지 않은 게 분명하다. 지나치게 지져서 타버린 것도 모르고, 한편 아직 설익은 것도 모르는 채 자기네들은 별미라니...속임수 아니면 맛이 간 사람들이다.


국회의 인사 청문회. 이게 가면극이 아니라면 뒤적이지 않은 채 지진 부침개를 내놓고 별미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이념과 진영 논리는 지나치게 익어 검게 타고, 경험과 도덕성은 아직 설익었다고 야당과 언론이 연일 떠들어도, 벌써 30여명이나 맛깔스런 부침개로 자처하며 국민들 잔칫상에 올려놓았다. 울며 겨자 먹듯이, 찡그리며 이 부침개를 먹어야 하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太平聖代(태평성대)가 아니냐고, 주인은 주거니 받거니 축배를 들고 상다리 두들기며 목청껏 노래 부르는데, 손님들은 억지 춘향 격으로 꼭둑각시 춤이라도 추어야 하는가? 찌푸린 바깥 날씨 핑계를 대며 우거지상을 한 채 앉아있으려니 바늘방석이 따로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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