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팔순기념집
뒷동산에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철부지 시절 등이 굽은 노인네들을 보면 이런 노래를 부르곤하였다. 얼마나 괴씸했을까? 새우를 봐도 그렇다. 어린 시절 船艙(선창)가에서 살았을 적에 흔히 등이 굽은 새우를 보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으나 참 우스꽝스러웠다. 지느러미가 없으므로 나름대로 등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움직이는 것인데... 눈이 큰 나를 짱둥어라고 골리면 눈이 작은 아이들에겐 새비젓(새우젓) 눈이 라고 맞받곤 하였다.
문인화나 민화를 그리던 옛 선비들은 魚蟹圖(어해도)라 하여 물고기와 게․
새우 따위를 즐겨 그렸다고 한다. 새우의 다리와 더듬이가 사람의 팔다리로 변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그림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볼수룩 韻致(운치)가 있어 보여 나도 그려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뭐라 고 설명할 수는 없으나 참으로 멋있어 보인다. 알고보니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말 장난 같지만 옛 선비들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우는 게․조개와 함께 단단한 껍데기로 덮여 있어 굳은 志操(지조)를 나타낸다. 특히 새우는 등이 굽어 허리 굽은 노인에 비유된다. 그래서 바다의 노인인 海老(해로)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발음이 偕老(해로)와 같아서, 海老(해로)는 百年偕老(백년해로)가 되었다고 한다. 海老洞穴(해로동혈)이라는 말도, 깊은 바닷속의 海綿体(해면체) 한 구멍 안에 새우 한 쌍이 살고 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古稀(고희)․팔순이 되면 새우 그림을 선사하는 것도 그런 뜻 이 담겨 있다고.
아무튼 팔순이 넘은 우리는 아직 새우 등이 되지 않아 감사한다. 서로 허리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진 바 있고, 지금도 부실하여 온전치 못하다. 그럼에 도 허리를 편채 고개를 곧추세우고 걷는 운동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리고 새우처럼 해로동혈에서 偕老(해로)하고 싶은 염원을 담아 그림으로 그렸다. 한편 세 자녀와 세 손주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이들 모두도 함께 그 렸다. 어해도를 그리려면 龍沼(용소)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를 그릴 일이지 하필이면 등 굽은 새우냐고 투정하면 어쩌나? 새우 음식은 맛있게 잘도 먹고 웅크리고 새우잠은 자면서....
妄言多謝(망언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