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처럼
개나리처럼
꺾어 꽂아도 뿌리 내리는
버들처럼
개나리처럼.
사월이라 초이틀
꽃눈 잎눈 트는데,
맨 발 흙에 묻고 서있노라니
발바닥이 간지럽다.
버들처럼
개나리처럼
꺾어 꽂아도 뿌리 내리는
버들처럼 개나리처럼
4월이라 봄이지만
꽃눈 잎눈 달래어,
먼저 실뿌리나 한 치 두 치
땅속에다 벋으리라.
뱃속에 파종(播種)된 모태(母胎) 신앙이 아니다. 조상 때부터 상속(相續)된 신앙이라 할지라도, 예수님께 접붙이기(椄木)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만 27세에 예수를 믿었으니까, 뭉뚝한 가지를 잘라서 흙속에 찔러 놓은 꺾꽂이(揷木) 신앙이다. 뿌리 없이 꽂혀 있으려니까, 발바닥이 간지럽고 쓰라리기도 한다.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면 쉽게 뽑히고 넘어질 신앙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말라 시들어질 운명이요, 세찬 바람이 불면 뽑힌 채 넘어질 운명이다.
주일 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성경을 부지런히 읽거나 기도 생활 하는 것도 아니다. 헌신(獻身) 봉사하는 것은 더구나 아니다. 착근(着根)도 아직 안 되었는데, 잎눈 꽃눈을 피워 나무로서의 제 구실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과연 나도 열매를 맺을 것인가에 대해서 우선 확신이 없다. 자신(自身)을 믿지 못하고 회의(懷疑)하는데, 환경(環境)조차 만만하지 않다. 불신 가문의 종손(宗孫)이요, 믿는 친척(親戚)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다. 반생(半生)을 종교 없이 성장하였고, 지나치게 이지적(理智的)이요 비판적(批判的)이다.
잘 믿으면 광신자(狂信者), 잘 못 믿으면 맹신자(盲信者)로 낙인(烙印)찍고, 경이원지(敬而遠之)해온 내가, 뿌리가 더디 내려 몸이 달고 있다면 개가 웃을 일다. 그러나 겨자씨보다 훨씬 작은 믿음이지만, 뿌리 내리기를 바란다.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天眞爛漫)함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