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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멧새 2 03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야

by 최연수

무거워질수록 좋아했노라.

귀한 선물인 줄 알았노라.


등허리가 구부러지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더 많이 낙낙하게

지우기를 바랐노라.


요까짓 것 홀로 짊어질 줄 알았노라.

조금만 더 참고 견디기로 했노라.


등허리가 꺾일지언정

휘지는 않겠노라고,

어금니 악물고 올라가다

쓰러졌노라.


무겁게 짓눌린 걸 깨달았노라.

가늘게 숨이 자지러지는 걸 느꼈노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야,

그 짐을 나에게 맡기라.

그리고 내 등에 업히라.

홀가분한 몸으로 함께 올라가자.”


아, 부드러운 그 음성.

사랑스런 그 미소.




막(幕)이 오르면 젊은이가 많은 선물(膳物)을 짊어지고 무대로 등장(登場). 지나갈 때 마귀(魔鬼)가 뒤에서 몰래 죄(罪)의 짐을 무겁게 더 지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는 선물로 착각하여 마냥 좋아함. 그러나 짐은 점점 무거워져 마침내 쓰러짐. 죄짐에 눌린 채 기진맥진(氣盡脈盡)하여 신음(呻吟)함. 이 때 예수가 찾아와 짐을 대신 짊어지고, 젊은이는 다시 일어남.

위 이야기는 70년대 흑석동교회 청년부장일 때, 공연(公演)한 연극의 한 장면(場面)이다. 어렸을 적에는, 달구지에 엄청난 짐을 싣고 헉헉거리며 끌고 가는 소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가는 당나귀를 보면서, 몹시 불쌍했던 기억이 난다. 학창(學窓)시절에는, 집에서 bus편으로 올려 보낸 양식(糧食) 자루를 어깨에 메고, 광주 정류장(停留場)에서 숙소(宿所)인 광산군 서방면까지 끙끙 거리며 운반(運搬)했다. 전봇대마다 쉬어 가는데, 아무리 무거워도 더 많은 양(量)이기를 소원했다.

10대 말, 관상가(觀相家)로부터, 이십평생 수마중태(二十平生 瘦馬重駄)라는 평(評)을 받았다. 이후 20대 청년 시절, 계속된 환란(患亂)과 역경(逆境)의 환경 속에서 고시(高試) 공부하느라고 빈사(瀕死)상태에 빠졌다. 그야말로 뼈만 앙상한 말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이 때 예수님이 찾아 오셨다. 그리고 내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졌다. 걷기가 힘들면 그 등에 업히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가파른 언덕길을 함께 힘들지 않게 올라 왔다. 내가 무엇이관데 하늘 보좌(寶座)에서 내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고,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셨을까?

예수를 처음 믿고 위로(慰勞) 받은 것은 마태복음 11:28 말씀이었다. 바로 복음(福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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