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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Apr 03. 2024

'암'으로 보여집니다

3월엔 벚꼿만 피는게 아니었다

딱 1년만이다. 

문득 나는 언제부터 지금의 번아웃이 시작된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기억이 희미해지고 일의 순서들이 뒤엉키는 바람에 캘린더 속 기록을 소환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되짚어 보니 딱 1년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깐 작년 3월, 사람들은 꽃 구경을 가고 꽃놀이를 할 때 나는 벚꽃잎처럼 매일 매일 눈물을 흘리며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결혼 전 부터 그러니깐 어린 시절부터 축농증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다 보니 혼자서 알아서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케어하는 편이라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축농증이라는게 수술을 해도 재발이 잦고 그냥 저냥 살아가야 하는 일종의 불치병에 가깝다. 


개원을 하고 있는 터라 병원 문을 닫기도 힘들고 하니 수술을 가급적이면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어느 날 남편이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수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껏 개인 병원에서 계속 수술을 했는데 이번엔 대학병원에서 제대로 체크하고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수술하고 제대로 관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이비인후과로 나름 유명한 대학병원에 외래 예약을 잡았다.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대학병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남편과 함께 외래 예약 시간을 기다렸다. 입원 기간이 대략 2~3일 정도가 아닐까? 언제 수술을 잡으면 좋을까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렸던 것 같다. 담당 교수는 수술을 나름 잘 한다는 사람이었다. 


외래에서 담당 교수는 이리저리 상태를 들여다 보더니 자신있게 '암인것 같습니다.' 라고 했다. 

'암!!!'

그런데 남편의 반응이 너무 담담했다. 암이라고 하는데 남편은 진료실을 나와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가 걱정할까봐 그러는 걸까? 차마 남편에게 암이면 어떻게해? 라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MRI?) 촬열을 했다. 검사 결과는 2주후에 나온다고 했다. 


어떻게 운전을 하고 집으로 귀가했는지 기억이 없었다. 너무나 자신있게 암을 진단했기 때문에 검사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때서부터 나혼자만의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 생활을 하는 남편을 보며 오죽하면 저럴까 싶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울며 불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다들 검사결과를 기다려봐야지 너무 속단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 짧은 진료시간 동안 교수의 자신 있는 진단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족적처럼 뇌리에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거의 1주일을 매일 매일 밤마다 남편 몰래 울면서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하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다 이렇게 하다가는 내가 말라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았다. 

'암이라는 데 당신은 걱정 되지 않아?'

'내가 암이라고? 누가 그래?'

'그날 교수가 외래 때 그랬쟎아. 당신 축농증 상태가 암으로 보인다고.'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나는 그런 말 못들었는데?'

'못 들었다고???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어' 

'그래???? 에이... 걱정하지마. 암은 무슨 ....'

나를 위로하기 위함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의 반응은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버티기 위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혼자 고민하기 보다 털어놓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지만 그래도 남편의 머릿속에 발병된 암덩어리를 걱정하며 2주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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