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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Apr 08. 2024

왜 미처 암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후회와 절망 속에 보낸 시간들

코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저 콧속의 문제는 축농증이 다라고 생각했다. 흔히 생기는 암이 아니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흔히 아는 위암, 대장암, 폐암, 췌장암 등 이런 종류의 암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기에 코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축농증을 방치하면 암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고 나서 얼마나 많은 후회와 절망이 밀려왔는지 모른다. 진작 남편을 닥달 해서라도 병원에서 진료를 보도록 해야 했었는데 나는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나의 아둔함과 무지함에 몸서리를 쳤다. 그렇게 2주를 보냈다. 남편은 아는지 모르는지 일상을 살았다.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참다못한 나는 결과를 들으러 가기 전날 밤 남편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당신은 걱정 안돼?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거야?'

' 아.. 그거?? 글쎄 암 아니야 걱정하지마. 내일 가서 들어보면 되지 뭘 그렇게 벌써부터 걱정해?' 

남편의 알 수없는 반응에 나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지를 들여다 보던 교수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햇다. 

'암이 아닌데요????' 

아니, 암이 아닌데 왜 짜증을 내는 거지? 황당했다. 

의사라면 환자보호자에게 '다행히 암이 아닙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이렇게 반응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나 담당 교수는 자신이 확신에 차 암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오진이었다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말도 안되는 반응을 보였다. 환자를 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그저 증상으로만 바라보는 대학병원의 교수 태도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나는 암이 아니라는 그의 말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진료실을 나오니 남편이 당연히 암이 아니지 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야. 사실은 내가 그 물혹이 답답해서 진료실에서 내가 혼자 거기를 많이 들쑤셨거든. 그래서 그 물혹 모양이 많이 변형이 되어서 저 교수가 그걸 육안으로 보고 암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저런 모양의 물혹은 흔하지 않았을테니 말이야 ㅋ' 

남편이 그제서야 이실직고를 했다. 미리 내게 그런 말을 했으면 말도 안되는 짓을 했다라고 타박을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렇게 축농증이 코암이라는 오진으로 인해 우리는 그 병원에서 더 이상 어떤 진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아산으로 병원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외래를 보게 되었고 6월 정도에 수술을 하기로 날을 잡았다. 물론 그곳에서는 암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우리는 그저 축농증 수술을 하기로 하였다. 


입원은 그저 몇일에 불과할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간단한 수술로 우리의 고민이 없어질거라고 생각했다. 따스한 봄날 병원 옆 탄천에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우리의 착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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