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대중탕에 가면 목욕이 끝나 무렵 늘 목격하는 장면이 있었다. 어머니가 맨바닥에 발뒤꿈치를 대고,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힘껏 밀는 것이었다. 힘차게 쓱쓱!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발에 때가 있다면 때수건으로 밀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굳이 바닥에 대고 저렇게 발을 밀어대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의 그 일도 달라졌다. 처음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돌멩이, 그다음엔 손잡이가 달린 강판 같은 것이 그 일을 대신하였다. 하지만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그러다 서른 후반이 되고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발이 점점 건조해지고 뒤꿈치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시절 그땐, 그게 어머니가 발에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보살핌이었을 것이다.
여자들은 출산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몸의 변화를 겪는다. 그중에서도 발의 건조함은 많은 이들의 공통적으로 겪는 변화다. 남자들에겐 군대가 그런 전환점이 되곤 한다. 장시간 군화를 신고 생활하면서 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드러내고 싶지 않은 발'을 가지게 된다. 문득 누군가 앞에 내 발을 보여야 하는 순간이 두려워지고, 여름이 되어도 그 발을 드러내기를 꺼리게 된다. 발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조차도, 문제 있는 발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진료 자체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풋케어 제품을 처음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발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언제 어떻게 바르는지, 어디에 두고 쓰는지 등등.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발을 직접 만지는 것을 몹시 꺼려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발을 마치 '기피해야 할 대상'처럼 여겼고, 심지어 경멸에 가까운 뉘앙스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발에 문제가 많다면 아무리 자신의 발이라도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일수록 더욱 관심을 가지고 더 자주 들여다봐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얼굴에 트러블이 나면 더 열심히 관리하는 것처럼, 발도 그만큼의 애정을 필요로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발도 얼굴처럼, 관리하는 만큼 반응하는 부위다.'
얼굴 피부처럼 발도 나이 들수록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부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매일 서 있는 발, 하루 종일 나를 지탱하는 발인데도 우리는 왜 얼굴처럼 보듬어주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발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
어차피 관리를 해야 한다면, 기왕이면 좋은 제품으로, 기분 좋게 나를 돌보고 싶었다.
거칠어진 발뒤꿈치를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으로 억지로 관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자. 나이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그런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서글퍼지지 않는가?
어쩌면 누군가는 '발인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 써?'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머니가 그러셨고, 나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듯이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도 자신의 발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머니의 발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