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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서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by 진심발자욱

나는 여러 가지 운동에 관심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하게 되는 건 러닝이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러닝은, 날씨만 맑으면 마음을 들썩이게 만든다.


러닝을 시작하게 된 건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서였다.
“나는 정말 뛸 줄 모르는 사람일까?”
어릴 적부터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체육 시간은 늘 부담이었고, 나는 스스로를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라 단정 지으며 살아왔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러닝 어플을 통해 내 속도를 기록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러닝을 꾸준히 하다 보니 한 가지 불편함이 생겼다. 발이 늘 피로했다.
운동 후 운동화 속 발은 늘 뻐근했고, 빨리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내 발을 조금 더 기분 좋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요가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했다. 단순히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에서였다. 해외여행 중 원데이 요가 클래스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 저런 데서 멋지게 수련해보고 싶다는 부러움이 일었다. 요즘엔 제주도나 국내 여행지에서도 요가 클래스를 자주 마주친다. 그런 장면들이 내게 작은 동기가 되어, 요가 수련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가를 할 때 나는 맨발 수련을 선호한다. 요가 양말을 신기도 하지만, 미끄러움 때문에 집중이 어렵다고 느꼈다. 하지만 맨발 수련이 주는 해방감만큼, 내 발 상태에도 민감해진다. 발이 거칠거나 건조한 날엔 나도 모르게 소심해진다. 앞뒤로 수련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그런 날엔 수련의 몰입도까지 흐트러지는 걸 느낀다.


최근에는 수영도 시작했다. 레슨 중 코치가 내 발을 붙잡고 발차기 자세를 교정해 줄 때면, ‘내 발 상태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공동 샤워실을 함께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위생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감염 걱정, 미끄럼 걱정—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쌓여간다.

이처럼 운동을 할수록, 발은 더 이상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요즘은 맨발 걷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처음엔 그저 땅을 맨살로 느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시도해 보니, 맨발 걷기는 단순한 힐링을 넘어, 발의 감각을 깨우고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걷다 보면 딱딱한 자갈 하나, 미세한 흙의 촉감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발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런 감각조차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걷기 전, 자연스레 발 상태부터 점검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발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필요한 것도 더 잘 보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발에 집중하게 된다. 발의 피로, 위생, 감각—그 모든 것을 고민하며, 어떤 케어가 필요할지 떠올린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그 불편함.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발’을 생각하며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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