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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노링 Jul 03. 2022

구심 - 심장을 구하다 역사 속으로..?

두근거림, 숨참에 쓰는 민간약?

구심은 이름부터 '심장을 구하다'라는 뜻으로 1969년에 일본에서 출시되어 국내와 대만 등의 일부 국가에서 강심제로 쓰이는 약이다. 허나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원료수급 등 임상재평가에 대한 비용문제로 현재 생산 중단된 약이다.


야마우치 히로시 : 고산병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OTC 한방제제 중에 구심이 있습니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두근거림, 숨참에 쓰는 민간약?' 같은 느낌입니다. 강심작용이 있습니다. 등산을 하기 전이나 등산 중에 사용하면 나름 효과가 있습니다. 한 번에 2알입니다. 숨참이 편해집니다.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부적처럼 항상 휴대(전화에 붙여서)하고 다닙니다. 참고해 주세요.

한방내과 임상 콘퍼런스 中 - 오노 슈지 著


일본에서 현직으로 활동 중인 의사분 또한 위와 같이 애용한다고 하신다. 또한 국내 어느 언론사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로 유명하신 박지성선수 역시 어릴 때 "섬수"라는 약재가 들어간 한약을 많이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붙은건가?)


아무튼 오랜 역사의 심장약인 "구심"의 성분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우황청심원의 메인약재라고 볼 수 있는 사향과 우황이 보인다.

사향은 수컷 사향 노루의 복부에 있는 향주머니 분비선을 말하며 '개규성신(막힌 체널을 열어 정신을 깨움)'하는 대표적인 약재다. 우황은 소의 담낭 결석을 말하며 사향과 같이 개규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 간경으로 작용하여 심장의 열을 삭히고(淸心), 간풍(肝風)이 내동하여 잘 놀라거나 정신이 혼미한 증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풍"이란 스트레스로 인해 간열이 많거나, 영양상태부족으로 간혈이 부족할 때 생기는 것을 말한다.)

좌: 사향 / 우: 우황


'섬수'란 생약학적으로 '두꺼비(Bufo gargarizans Cantor) 또는 흑광섬서(Bufo melanostictus Schineider)의 독선 분비물'을 말한다. 독선분비물에는 bufalin, cinobufagin과 같은 강심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가 있다. 구심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성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독선분비물의 강심작용은 심장세포 내의 칼슘 증가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 두꺼비(Bufo gargarizans Cantor) / 우: 흑광섬서(Bufo melanostictus Schineider)


진주는 많은 분들께서 알고 있는 '진주조개과 진주조개 또는 기타 근연조개의 조갯살에 생긴 구슬'을 말한다. 진주의 효능은 우황과 상당히 비슷한데 우황과 마찬가지로 심, 간경에 작용하며 걸핏하면 잘 놀래고 두근거리는 증상(경계: 驚悸), 반복적인 발작, 어린아이들의 경련 등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 용골(동물 뼈), 모려(굴 껍질)와 같은 약재들은 대부분 탄산칼슘(CaCO3)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평간잠양(간을 진정시키고 위로 뻗는 양기를 누르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데 칼슘이 생리학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방출과 근수축에 관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평간잠양이라는 특성은 칼슘과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주조개(Pinctada fucada Gould) 및 약용진주


용뇌는 용뇌향(Dryobalanops aromatica)이라는 식물의 수간창구에서 흘러나온 수지 또는 수간과 가지를 썰어 수증기 증류하여 얻은 백색의 결정체다. 용뇌 역시 사향과 마찬가지로 한방에서 '개규약'의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다. 용뇌의 본초학적 설명을 참고하자면 "개규성신의 작용은 사향과 비슷하나, 약효가 미약하므로 사향의 좌약(佐藥)으로 사용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한마디로 사향의 서브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용뇌향(Dryobalanops aromatica)과 용뇌향에서 얻은 백색의 결정체(용뇌)


또한 동물의 간과 담이 보인다. 돼지로부터 유래한 성분이라는데 돼지 담즙 역시 bilirubin, cholic acid 등과 같은 담즙색소 및 답즙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우황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황의 서브역할?)


마지막으로 인삼이 들어가 있다. 인삼은 인체의 원기를 강하게 보하며 생진(진액을 생성)하는 대표적인 약재다.  


종합해보자면 간과 심장의 열을 삭히고 막힌 체널을 풀어 기를 소통하게 하는 강심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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