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감기약이었다.(feat. 형개연교탕)
"방풍통성산"이란 다이어트약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다이어트 관련 처방 조제용으로도 나올만큼 꽤나 빈도 있게 쓰이는 약 중 하나다.
일본에서도 "나이시토루"라는 제품으로 출시되어 일명 '뱃살 빼는 약'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제제다.
우선 방풍통성산의 구성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형개연교탕'이라는 약을 살펴보겠다.
우선 형개연교탕은 황련해독탕+사물탕+기타약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황련해독탕은 우리 몸에 불필요한 열독을 제거하는 약이며 사물탕은 대표적인 보혈제다. 따라서 온청음(황련해독탕+사물탕)은 열독을 제거하면서 혈에 영양을 공급하는 약이 된다. 여기에 체표에 있는 사기를 풀어주는 약(시호,박하,형개,백지,방풍) + 담습제거약(길경) + 기순환을 좋게 해주는 약(지실) 등이 들어가면서 형개연교탕을 구성하게 된다.
* 사기(邪氣): 사람의 몸에 일으키는 여러 가지 외적 요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
따라서 안으로는 열독을 풀어주고 밖으로는 병을 일으키는 외적 요인들을 발산시켜주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에 응용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만성비염이나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에 많이 쓰인다.
다음으로 방풍통성산을 보면 형개연교탕과 구성 약재가 12가지나 겹친다.
형개연교탕과 구분되는 특징들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보라색 물결표시)
- 대황, 망초 : 한방에서 대표적인 사하제(변비약)으로서 몸 안에 가득찬 열을 변을 통해 밖으로 빼낸다.
- 마황 : 해표약(발산풍한약) 중 가장 강력한 약으로 체표에 사기가 뭉친 것을 땀을 통해 풀어낸다.
- 석고 : 성질이 아주 차가운 약으로서 폐와 위의 열을 강력하게 끈다.
- 활석 : 이뇨통림약으로서 이수(利水)제다.
방풍통성산은 방제학 카테고리상 '표리쌍해제'에 속한다.
말그대로 겉(表:겉 표)과 속(裏:속 리)을 둘 다 풀어주는 약이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황금,치자,석고,연교와 같은 약들이 열을 꺼주면서 사하제(대황,망초)가 열을 변으로 배출시키고,
해표약(마황,방풍,형개,박하)들이 체표의 사기를 제거하고,
사물탕(당귀+천궁+작약-지황)약재들이 어혈을 풀어주는 약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체내 울체된 열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여 생기는 증상들을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여 배출시키는 원리라고 할수 있겠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다이어트약으로 쓸 수 있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상이한 듯 하다.
발한해표뿐 아니라 사하통리, 청열제번의 작용도 있다. 임상에서 변증만 정확하다면 그 효과는 아주 신속하다. …… 특히 "대황체질"의 두통현훈, 발열 감기 및 피부병의 치료에 적합하고 또한 다이어트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 대황체질 : 식욕이 왕성하고 짙고 점액성 있는 가래와 침, 변비 등과 같은 열성증상이 많다. 또한 잦은 어지러움과 두통, 심하면 돌연한 중풍으로 인한 언어장애가 생기는 등과 같은 두면부 증상이 비교적 많은 사람
출처 : 중의십대류방 / 황황 著
그런데 방풍통성산이라고 하면 살빼는 약으로들 알고 있는데, 본래는 호흡기감염증에 사용되어 온 약이다. 오한발열하고, 코가 막히며, 인두통이 있고 기침과 점조한 가래가 나올 경우, 곧 코에서 인후, 기관지에 걸쳐 폭넓은 염증이 파급된 경우에 사용하는 약으로 일시적인 사용이 전제된 약이다. 이것을 살빼는 약으로 장기간 사용하여 간질성 폐렴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본래의 사용목적과 너무 다르게 활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OTC로도 폭넓게 판매되고 있는데, 간질성 폐렴 위험성을 고려해보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출처 : 내과한방진료 / 이와사키 코우 등 3명 著
개인적으로 변증만 맞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제제라고 생각한다. 피부가 기름지고 변비 경향이 있는 사람이(특히 만성적인 열성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에 주의를 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