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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린 Oct 18. 2023

내가 꿈꾸던 나는 이게 아니었는데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상상하던 30살의 나는 근사한 곳에서 일을 하며, 멋진 명함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30살이 되고 보니, 그 무엇도 가진 게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입시의 정점인 대치동에서 치열하게 공부해서 대학교 입시도 잘 마쳤다. 이런 내가 글을 쓰자니, 도무지 지금의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 시리즈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나는 대체 무엇인가?” 모두가 희망을 품고 뛰어드는 입시 속에 숨겨진 이면. 숨겨진 ‘패자’ 중 하나인 나는 입을 열기로 했다. 




꼬여버린 인생을 펼쳐보자니,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눈에 보이는 첫 부분부터 쭉 당겨보기. 그래서 이 이야기는 나의 유년기부터 시작한다. 분명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궁금해서 쓰기 시작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가명을 쓰고, 큰 흐름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세부사항을 바꿨다. 그래도 나를 알아볼 사람들은 알아볼 거라는 두려움이 마음 한편에 자리한다. 


그냥 숨어서 지내면 중간이라도 갈 것을, 왜 굳이 본인을 끄집어내어 공개하는가? 누군가 알아볼까 두려워하면서까지 말이다. 심리상담을 받을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에 대해 재평가는 할 수 있다고. 나의 역사를 가장 잘 아는 내가, 스스로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했다. 나에 대해 수군거리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위축되지만 말고, 한 번 스스로 의미를 다시 찾아보자고. 




그렇게 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꼬여버린 내 인생처럼, 이 글도 노력은 했지만 독자에게 어떻게 가닿을지는 모르겠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 글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다행인 건, 나는 존재감이 아주 미미한 브런치 작가라는 사실이다. 혹시나 나를 발견한다면, 나에 대한 평가보다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표지 사진 출처]: 사진: Unsplash의 Roman Trifonov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67rnodKzs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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