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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린 Oct 18. 2023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왜 아무도 이런 글을 쓰지 않는지 쓰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모두가 인생의 화려한 부분만을 보여주는 세상 속에서, 나는 멍청하게도 나의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들을 공개했다. 쓰는 도중에 다 지워버릴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들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내가 대신 10년 방황했으니, 너희들은 방황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도 이런 사람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사명감만 가지고 글을 쓴 건 아니다. 누군가의 실패담을 들었을 때 위로하게 되는 그 마음을 생각했다. 우리가 스스로는 혐오해도, 쉽게 타인을 혐오하지 못하는 그 마음. 그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또 한편으로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했다. 반짝임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나와 같은 사람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운 좋게 온갖 지원은 다 받아놓고도, 실패작이 되었던 나란 존재에 대해 말이다. 




나는 여전히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아마 평생 그럴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방황을 두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과연 내가 느낀 아픔을 아픔이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생각이 들었다. 아, 또 남들의 인정에 대해 생각하는구나. 그 경험을 한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아팠던 건 사실이니, 올려보기로 했다. 남들이 한심하다고 하든, 약해빠졌다고 욕하든 일단 올려나 보자고. 




나의 글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나는 남에게 인생의 주도권을 내줬다. 그런데 글쓰기의 주도권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나만큼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줄 수 없다. 이건 자유롭지만 무거운 일이다. 그 무게. 여태껏 나는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휩쓸려왔다. 과연 이제 걷기 시작한 내가 뚜벅뚜벅 잘 걸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비틀거리고 넘어지더라도, 그 또한 새로운 글감이 될 거라는 사실을. 


[표지 사진 출처]: 사진: Unsplash의 Nik Shuliahin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jWCwAssgY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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