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 눈송이 같고, 쌀밥 같은 꽃

8월 22일 탄생화

by 가야

조팝나무 – 눈송이 같고, 쌀밥 같은 꽃


봄이 오기도 전, 아직 잎도 다 돋지 않은 가지에 하얀 꽃이 먼저 피어나는 나무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눈송이가 가지마다 수북이 내려앉은 듯 보이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은 꽃들이 모여 고운 원을 이루고 있지요. 이 나무가 바로 조팝나무입니다.

조팝나무라는 이름은 조(粟)를 튀겨놓은 듯한 꽃의 모양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동글동글 뭉쳐 핀 꽃송이는 마치 흰 조팝을 수북이 담아놓은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지요. 서양에서는 신부의 화관을 닮았다 하여 ‘브라이달 워스(Bridal Wreath)’라 불렸고, 일본에서는 눈송이와 버드나무 가지를 합친 듯한 모습 때문에 ‘유키야나기(雪柳, 눈버들)’라 부르며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조팝나무의 얼굴은 이것 하나만이 아닙니다. 흰 눈송이처럼 맑은 꽃을 피우는 공조팝과 서주조팝이 있는가 하면, 장미를 닮은 분홍빛 꽃을 피우는 장미조팝, 보석처럼 붉은 빛을 뿜어내는 일본조팝도 있지요. 같은 이름 아래 이렇게 다양한 빛깔과 이야기를 품은 꽃나무도 드뭅니다.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 노래하는 마음’. 작은 꽃이 모여 큰 울림을 만들 듯, 사람의 선한 마음이 모여 세상을 밝히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꽃을 볼 때마다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조팝꽃이 필 때면 모두들 ‘저게 쌀밥이었으면…’ 하고 바라봤단다.”


춘궁기, 먹을 것이 가장 모자라던 시절. 사람들은 고봉밥처럼 수북하게 핀 조팝꽃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배고픔을 달랬다고 하지요. 흰 꽃잎은 쌀밥이 될 수 없었지만, 꽃은 가난한 이들의 눈을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조팝나무는 이름처럼 조를 튀긴 듯 소박하고, 눈송이처럼 맑으며, 고봉밥처럼 푸짐하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다양한 얼굴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요.

생각해보면, 조팝나무는 본래 이른 봄에 피는 꽃인데, 한여름의 탄생화라는 것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어긋남 속에 의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몽글몽글 풍요롭게 피어나는 조팝나무 꽃처럼, 삶 또한 그렇게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https://youtu.be/8ONY-cejoVw?si=QLyHLPJ4WZSpxs5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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