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사람들
겨울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차가움이 피부로 느껴질 때면 기운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날에 뛰게 되면 마음속에 "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으로 불 타오른다. 그렇게 4년 전에 집 앞 개천가를 뛰어대며 유학 길을 다짐했었다.
결국 잘 될 거고 잘 살아갈 건데, 지금 하는 고민은 지나고 나면 참 별 것 아닌 거다.
취업이나 진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했던 말이었다. 내뱉는 본인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쿨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결국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고 깨닫게 된 건 유학에 오고 난 뒤에서였다.
나는 감정을 속이려 든다. 남에게든 나에게든, 그러다 한 참의 타이밍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원했던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일상이 되었다. 참 꽉 막힌 사람이다. 마음의 여유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누가 도와주려 들어오려 하면 틈도 안 준다. 내가 나를 보아도 이런 유형의 사람은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바람 없이 잔잔한 찬 공기가 머무는 날을 마주하면 고마웠던 이들이 기억난다. 그들에게 받은 고마움은 이미 돌려주고 끝맺음했음에도, 한 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 나갈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고마운 마음 만은 간직하고 싶은 건가. 이제는 나도 내 진심을 모르겠다.
전형적인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인 듯하다.
찬 성질을 좋아하는 것이 사람 관계에도 영향 주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 마음의 문이 얼어져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열면 열리는 문이긴 한 건가. 이번에는 한 참을 지나고 나서 깨닫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