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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Feb 26. 2024

별이 가장 빛날 시기

어두운 공간 속의 빛나는 것

시간이 아주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일과를 마치고 걸어가는 길에 바람이 참 칼날 같지만, 전화를 거는 내 발걸음은 매우 기운차다. 보름달의 빛이 할로겐등을 대신하여 어둑어둑한 길을 밝혀주니 기분이 한 껏 더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매번 이 맘 때즈음 느끼는 건 하루를 바라보면 참 느린데, 1년이 지나 보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관념은 상대적인 것 같다. 참 많은 일들이 상기된다. 나는 조금 더 발전된 사람이 되었나.


아버지가 내 논문 제출 소식을 듣더니 한 껏 좋아하신다. 감정 표현 잘 안 하는 사람이 "고생했다", "힘들진 않니" 이런 말을 하니 갑작스럽게 눈물이 벅차오른다. 집에 가려면 아직 한 참 나았는데...

아닌 척 대답해도, 목메는 소리를 이미 눈치채고 계신다. 꿈에 가까워지는 것보다도 가족들이 응원해준다는 게 더 내 감정을 이리 흔드는 것 같다.


학위 과정에 벽이 있었다고 해도, 너도 나도 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당연히 힘들어하는 것도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인데, 이 무뚝뚝한 사람은 생각보다 내가 걱정이 많이 되셨나 보다.


S-bahn을 내려 걸어가는 굴다리 길에 유난히 찬 공기가 더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마음 보다, 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더 감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솔직히 말은 이렇게 해도 누가 내 눈을 볼 까봐 걸음걸이를 빨리했다.


빛공해가 많은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반짝이는 별들이 있다. 한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검은 도화지에 한 점 저리 빛날 수 있는 건, 어둠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들은 홀로 역할하는 것이 없다. 어둡고 차디찬 공간을 떠도는 부유물 또한 언젠가는 서로 끌어당겨져 한껏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을 돕는 건 어둠 임에 분명하다.


내게는 이 가족들이 나를 빛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매번 받기만 하는 나는 이제는 이들을 누구보다 빛나게 만들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드디어 이 시기가 온 만큼,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아버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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