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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 Sep 24. 2023

연인은 부모의 피상적 매개체 (1)

 관계라는 건 늘 어렵다. 인간관계는 내가 노력해서 나아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재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인간이라며 멋드러지게 소개를 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결국 그 사람 고유의 창을 통해 나를 바라볼테니까. 호감이 있는 이성에게는 그런 차이를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마음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맞닿게 하고싶어서. 그런 바람이 통할 때도 있었지만 요새는 애처롭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 하다. 이런 시간도 필요하겠거니 지내고 있는 요즘, 쓰라린 기억을 반추해본다.


 친구들이 말했다. 네가 만나는 남자들마다 다들 거푸집으로 찍어 낸 것처럼 닮아있었다고. 부정하진 않겠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나에게 "너는 참 외모를 안본다"라고 말했지만 내 나름대로는 비교적 많이보던 멋 모르던 때였다. 주로 사납게 생긴 남자들을 좋아했다. 기댈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약해보이지 않아야 한다. 우리 아빠만큼 듬직해야했고 남자다워야 했다책임감이 강하셨고 최소한 자식들 굶어죽이지 말자는 일념으로 살아오신 분이다. 비록 매 순간 따뜻한 공감을 해주시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와 남동생을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일해 오셨던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아빠와 닮은 남자를 찾았던 것은 무의식속에서 그동안 받지 못한 사랑을 부모와 비슷한 사람에게 받고 싶었던 이유에서 였을까.


 마음속으로 바라던 외모의 이성을 만난 적이 있다. 무섭게 생기고 남자다운 사람은 꽤 많이 만났다. 애처롭게도 기대하던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그가 즉각적으로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는 건 아니었다. 수 차례 이별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연인은 부모의 피상적 매개체라는 사실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를 바랬다. 또한, 엄마처럼 어느 날 갑자기 버리고 가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염려를 하면 할 수록 감정은 종잡을 수 없이 요동 쳤으며 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사랑을 하게 되더라.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이 나 몰래 바람을 피웠든 혹은 다른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을 떠나서 나 역시도 다른 분류로 미성숙한 인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고작 이별 하나 요구 했다고 연인이 날 버렸다는 취급을 한단 말인가. 내가 싫다는데 억지로 계속 사귀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인 관계를 맺을 때는 동등하기에 일방적인 버려짐은 성립하지 않는데. 남자친구를 부모처럼 대했기에 생길 수 있는 꽤나 큰 착각이었다. 물론, 이별은 언제나 힘들다. 예전보다 다소 무뎌졌을 뿐 신나거나 기쁜 감정은 아니니까.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게 되면 인생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존중하는 만큼 존중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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