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이루장구 하편 ‘인례존심(仁禮存心)’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인간의 삶에 대해 그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느껴지는 날카로운 말들을 만나게 된다. 그토록 먼 과거에 쓰였으면서도 지금 나의 삶에까지 연결되어 있는 걸 보면 괜히 고전이라 불리며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있었던 건 아닌 듯하다.
오늘 아침 맹자를 읽다가 또 그런 구절을 발견했다.
살면서 겪는 불편한 일 중 어떤 일은 막상 그 상황에 맞닥뜨려 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은 특히 인간관계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나에겐 회사에서 겪었던 ‘갑질사건’이 그랬다. 상사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교묘한 폭력 앞에 막연히 부당하다 느끼면서도 무언가 똑 부러지게 대처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나의 경우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다. 또 그 일이 시발점이 되어 내 삶이 방향을 바꾸게 되었으므로 결과적으론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상처가 남은,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던 건 분명하다.
그런 인간관계 속 불편함은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런 상황에 대처할 나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가 겪은 일뿐만 아니라 모두가 직장, 학교, 가정 등 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익숙해지지 않고 제대로 판단하고 대처하기 위해 오늘 읽은 맹자의 문장을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다.
孟子曰 君子所以異於人者 以其存心也 君子以仁存心 以禮存心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사람다움을 잘 지키는 사람)가 남과 다른 것은 마음에 보존하고 있는 것 때문이니 군자는 마음에 인과 예를 보존한다.
仁者愛人 有禮者敬人
인이라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요, 예가 있다는 것은 남을 공경하는 것이니
愛人者人恒愛之 敬人者 人恒敬之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항상 그를 사랑하고, 남을 공경하는 사람은 남도 항상 그를 공경한다.
有人於此 其待我以橫逆 則君子必自反也 我必不仁也 必無禮也 此物奚宜至哉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군자는 반드시 나 자신을 반성해 보아 ‘내가 혹 그를 사랑해 주지 않았는가, 내가 혹 그에게 무례했는가, 이 사람이 어찌 당연하게 이리 하는가?’하고 생각해 본다.
其自反而仁矣 自反而有禮矣 其橫逆由是也 君子必自反也 我必不忠
스스로 돌이켜 보아 사랑해 주었고 예로써 대해주었는데 그가 이같이 함부로 대한 것이라면 군자는 반드시 자신을 반성해 보아 ‘내 혹 그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自反而忠矣 其橫逆由是也 君子曰 此亦妄人也已矣 如此則與禽獸奚擇哉 於禽獸又何難焉
스스로 반성해 보아 진심을 다했는데 그가 이같이 함부로 대한 것이라면 그제야 군자는 생각한다. “이 사람은 사람다움을 잃은 사람이구나. 이와 같이 예의를 모른다면 짐승과 무엇이 다르리오? 내 짐승에게 또 무어라 따지겠는가?”
나중에 들어보니 나의 상사가 나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이유는 내가 보고서를 올릴 때 숫자 등에 오타가 종종 있었는데 그게 너무 싫어서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구차함과 치졸함에 웃음이 났다. 그것이 나의 실수에 따른 반응이라고 하기엔 그 사람의 무례함은 상황과 대상에 관계없이 일관되었기 때문이다. 또 실수가 있었다면 그 실수를 지적하면 될 일이지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것은 무슨 경우란 말인가? 부하직원의 실수를 보완해 주기 위해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며 윗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닌가? 결국 하나마나 한 핑계고 그 사람의 인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답이었다.
무례한 사람은 그냥 무례한 사람이다. 세상에 다양한 폭력에 대해 사람들이 그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떳떳하게 생각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여 조금이라도 마음이 덜 다치며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