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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때린 사람에게 반드시 두대를 때려라

무례한 사람 앞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

by 알쏭달쏭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이었다. 본인의 복수 경험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나한테 200만 원을 떼어먹은 사람이 있거든? 근데 나는 300만 원을 써서라도 돈을 받아냈어."


"자기야 300만 원을 쓰면 그게 더 손해잖아."


"누군가 나를 때리면 반드시 복수를 해야 나를 못 건드려. 그 복수엔 그 어떠한 손해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아 쟤는 건들면 안 되겠구나'하고 더 이상 함부로 보지 못하거든."


"아 진짜? 나는 이제껏 한 번도 복수 안 하고 그냥 무대응으로 살았는데."


"그러면 자존감이 내려갈 수밖에 없지. 나에게 함부로 한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줘야 돼."



남편은 이제껏 꼭 복수를 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어쩐지 사람이 매우 당당해 보이더라.

'함부로 하기만 해 봐! 너 가만 안 둔다.'라는 태도로 사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알아서 잘해준다. 그에 반해 나는 너무 바보 같을 정도로 당하고 살아왔다. 누군가 한 대를 때리면 그냥 가만히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나에게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지 몰랐고, 그냥 상처만 받아왔다. 심지어 그 무례가 '내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며 혼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니, 만만해 보이지 않아야 날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니!! 억울하다!!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노력했다. 늘 웃고 환한 표정으로 밝게 인사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거절도 웬만해선 거의 안 했다. 그냥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나만 참으면 모든 사람이 편안해질 수 있다면 참았다. 그러면서 점점 만만한 사람이 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25살, 인턴을 하면서 만난 언니가 나를 싫어했다. 살면서 겉으로 티 내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너 혹시 노출증이니? 무슨 바지를 그렇게 짧은 걸 입고 와? "


화가 많이 담긴 듯한 말투로 말을 했고, 옆에 앉았다가 손가락이 닿으면 너무 싫은 듯이 뿌리쳤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짐작해 봤을 때, 그때 그 언니가 '빠른'이라는 말을 안 하고 87년생이라고 소개해서 친구인 줄 알고 반말을 몇 번 했던 것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적극적으로 팀장을 하겠다고 '나대서' 일 수도 있다. 사실 사람 싫어하는 데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 이유 없이 싫어한다고 해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사람 마음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자책을 많이 했었다. 그 괴로움이 어느 정도였냐면 '나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생각해 보면 나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도 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그 사람들하고만 놀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사회에서는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기에 더욱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14년 정도 지난 지금도 사실 그 당시를 상상하면 트라우마가 심해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행동을 조심하곤 한다. 내가 혹시 나대기라도 하면 밉상이미지가 생길까 봐 과도하게 조심하는 것이다. 아직도 '누군가 나를 싫어할까 봐 두렵다.'는 감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 당시에 언니가 뭐라고 할 때,


"언니는 왜 가슴 파진 거 입으세요? 언니 노출증인 거 아님?"


하고 웃었더라면 지금까지 그 기억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해준 말의 의미는 어쩌면, 남을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함으로써,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런 기억이 내가 사람들을 대할 때 두렵지 않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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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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