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계절, 다시 걷는 스페인-스페인 광장, 마드릿 왕궁, 마요르 광장
스페인 광장
이른 아침, 촉촉이 여행자의 마음을 적시는 비가 내렸다. 스페인에서의 첫 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는다. 빵과 따듯한 우유, 꼭 덜 꼬여진 꽈배기 같은 스페인 추로스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스페인광장으로 향한다. 습기가 많은 아침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우산을 펴 들기엔 적당치 않은 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다. 는개처럼 내리는 비다. 돈키호테를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후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916년에 만들었다는 스페인 광장에서 석상으로 앉아있는 세르반테스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며 낯선 여행객들은 새삼스레 돈키호테를 떠올리려 한다. 이른 아침거리에는 관광객들과 몇몇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오간다. 스페인 마드릿(스페인 사람들은 ‘마드리드’로 발음하지 않는다.) 스페인 광장에는 돈키호테가 살아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돈키호테를 스페인 광장에서 만난다. 한때 세계의 절반 이상을 지배했던 스페인 사람들의 자존심에 오롯이 살아 숨 쉬는 돈키호테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필자는 스페인 여행길에 오른다.
마드릿 왕궁(Palacio Real de Madrid)
마드릿 왕궁은 스페인 수도 마드릿에 위치한 왕실의 공식 관저로, 화려한 하얀 외관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크고 작은 2,800개의 방으로 이루어졌지만, 현재 왕실 가족이 상주하지는 않으며 국가적인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만 사용된다. 이로 인해, 왕궁에는 최소한의 관리 인원만 상주하고 있으며, 매력적인 내부 장식과 예술 작품, 왕실 도서관과 병기고, 스페인의 주요 예술품들이 소장된 갤러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스페인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문화유산으로 알려져 있다.
맑은 날씨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왕궁의 모습은 관람객을 압도하며, 화강암으로 꾸며진 벽체가 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왕궁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 중 하나로 꼽히며, 9세기경 이슬람 세력의 지배 아래 요새화된 궁전을 스페인 왕실이 개조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삼아 화강암을 주재료로 건축된 이 왕궁은 1764년에 완공되었으며, 필립 5세의 아들인 카를로스 3세 이후 역대 스페인 국왕들이 거주했던 장소이다.
인터넷 예보는 비가 조금 내리지만 현지 일기 변화는 심하다. 지금은 해가 반짝 나는 상쾌한 아침이다. 언제 흐려지고 구름이 낮게 깔릴지 모르지만 금으로 치장된 왕궁은 위용을 잃지 않고 우리들을 맞는다.
오리엔테 광장(Plaza de Oriente)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주요 광장 중 하나로, 마드리드 왕궁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광장은 아름다운 정원과 조각상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왕궁, 마드리드 왕립 극장(Teatro Real), 그리고 사바티니 정원(Jardines de Sabatini)과 인접해 있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다.
광장의 중심에는 왕궁을 마주하고 17세기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동상은 기마상을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말의 앞다리만으로 균형을 잡는 독특한 설계로 유명하다. 광장에는 스페인 역대 왕들의 조각상이 줄지어 서있어, 이곳을 역사적 인물들의 조각으로 둘러싼 야외 전시장처럼 보이게 한다. 왕궁을 둘러싼 정원과 광장은 잘 정돈되어 있다. 왕실의 품격이 엿보이는 광장이다. 이름 모를 역대 왕들의 조각상은 낯선 여행객들을 내려다보고 서있다. 필자는 유럽식 정원과 조각, 역사적 건축물이 어우러진 오리엔테 광장을 걸으며, 휴식과 산책을 즐기는 마드릿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임을 실감했다.
그렇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오리엔테 광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스페인 사람들에게 오리엔테 광장은 단순한 관광 명소 그 이상이다. 이곳은 그들의 역사적 유산과 일상의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며, 마드릿의 풍부한 문화와 정체성을 체감할 수 있는 장소로 평가된다. 오리엔테 광장은 일상 속 휴식을 취하는 마드리드 시민들에게 소중한 쉼터 역할을 하며, 넓은 정원과 아름다운 조각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 또한, 펠리페 4세 기마상과 역사적인 왕들의 동상은 스페인의 유구한 역사를 상기시키며, 시민들로 하여금 스페인 왕실과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체로 스페인 사람들은 이 광장을 마드리드의 품격을 상징하는 장소로 생각하며, 친구나 가족과의 산책, 정기적인 문화 행사와 공연, 역사와 예술에 대한 체험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마요르 광장 (Plaza Mayor de Madrid)
잔뜩 구름이 낀 흐린 날씨가 마요르 광장을 뒤덮고 있다. 중세 정치와 경제 중심지인 광장이다. 사람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오간다. 상점들도 광장을 중심으로 밀집되어 있다. 중세에는 이곳에 많은 상인들이 살면서 상점을 열었다 한다. 도로도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있다. 번영을 구가했던 중세 스페인의 화려한 귀족들이 마차를 타고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옛 모습 그대로이다. 광장은 발코니를 가진 3층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과거 이네들은 저 발코니에서 광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지켜봤을 것이다. 재판도 이곳에서 행해지고 처형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졌으니 발코니에는 늘 사람들이 광장을 내다보고 서 있었을 것 같다.
광장으로 통하는 사방의 관문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빛이 들어온다. 광장 주변은 금세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우리도 이들과 함께 사람들이 오가는 관문을 통하여 상가를 지나 주택가로 들어선다. 이곳은 주택과 상가가 특별히 구별되지 않는다. 광장을 중심으로 0층(우리네와 조금 다르다. 스페인은 거의 모든 건물의 로비는 0층이다. 우리네의 1층을 0층으로 표기한다.)은 거의 모두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노천카페, 바,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으며 그 위로 1층부터는 주거공간인 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광장을 둘러보다 숨어있는 식료품 상점을 발견한다. 외관을 봐선 상점의 모습이 보이지조차 않았는데, 계단을 통해 들어가 보니 제법 큰 상점이었다. 각종 식료품과 올리브유, 과일과 반 건조 무화과, 생선, 하몽을 파는 규모 있는 시장이었다. 하몽을 즐겨 먹는 이곳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나선다.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통째로 절여 그늘에서 건조해 얇게 저며서 빵과 함께 식사로 먹거나 술안주로 먹는 이네들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역시 #하몽 가게 앞이 붐빈다. 상점 주인은 하몽을 저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거리의 주택들은 마요르 광장의 형성 시기와 같아 아주 오래된 고택들이 많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면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산다는 느낌이 들 것만 같다. 5시가 조금 넘으면 현지인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커피나 우유를 노천카페에서 마시며 간단하게 오후 간식을 간단히 즐긴다. 이곳 사람들의 저녁식사는 8시 30분 이후 늦은 저녁식사를 한다. 하루 다섯 끼 식사를 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식사는 해가 긴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광장에는 빛과 사람들이 남기고 간 그림자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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