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루찌루의 파랑새도 알고 안데르센도 아는 동화 속 그림 같은 마을 미하스 Mijas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코스타 델 솔 Costa del Sol을 따라 달려온 우리는 해가 지기 바로 직전, 석양이 유난히 아름다운 시간에 동화책에나 나올 듯한, 푸른 하늘을 새하얗게 물들인 미하스 Mijas 마을에 들어선다. 참으로 절묘한 시간에 맞추어 왔다.
말라가 남부 해안으로부터 약 30km 거리 산 중턱에 위치한 평균 고도 400m에 이르는 산골마을 미하스, 산기슭부터 중턱에 이르기까지 온통 하얀색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마치 산 중턱을 폭 파서 해안 마을을 그대로 옮겨 감싸 놓은 듯 동화 속 그림 같은 마을이다. 마을을 오르는 버스에서 바라본 미하스는 여행자의 눈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였다. 지는 해를 받아 더욱 희게 보이는, 마치 꿈속에서 보는 듯 눈부신 미하스 마을은 단숨에 산기슭을 달음질쳐 지중해까지 내닫는다. 안데르센 동화 속 주인공들이나 살고 있을 것 같은, 다소 비현실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안달루시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미하스 마을이다.
두런두런 땅거미 지는 소리를 뒤로하고 마을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구불구불 하얀 집들 사이로 난 예쁜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지중해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말라가 해변에 곧 다다를 것만 같다. 산기슭을 따라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서서 바다보다는 다시 마을을 돌아보게 되는, 그런 동화 속 마을 예쁜 집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산을 내려온 어둠이 마을로 내려앉기 직전, 오후 6시 46분, 이 시간의 미하스는 더욱 몽환적인 하얀색으로 변하면서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 지붕 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이내 파란 하늘이 내려앉는다. 바위를 뚫어 절벽을 이용해 돌로 쌓아 지은 성당에서 붉은빛이 쏟아져 마을로 내려온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전통양식 주택인 ‘푸에블로 블랑코’는 미하스의 전통적이고 특징적인 주택 양식으로 유명하다. 과거 안달루시아에 들어온 무어인들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깊은 산속과 협곡, 절벽 등 천연 요새를 택하여 정착했다. 같은 목적으로 무어인들은 모로코 페스에서 보았듯이 미로 같은 골목, 조약돌이 깔려 있는 바닥, 집의 높이는 되도록이면 낮게, 그리고 하얀색 회벽을 쌓아 집을 짓고 살았다. 이곳에서도 그러했지만 무어인들은 이베리아반도에서 내몰리고 지중해를 건너 모로코의 페스에 정착하게 된다. 무어인을 내쫓은 스페인 사람들은 그 마을 가장 높은 곳에 가톨릭 성당을 짓는다.
미하스(Mijas)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마을로,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산악 지대에 자리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미하스 마을은 고대 페니키아인과 로마인이 정착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8세기경 페니키아인이 이 지역에 정착해 처음으로 마을의 기초를 닦았고, 이후 로마 제국 시대에 도로와 교량이 건설되면서 무역과 교통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미하스는 이후 서고트족과 무어인(이슬람 제국)의 지배를 거치며 발전을 이어갔다. 무어인 지배 시기였던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미하스는 농업과 수공업으로 번영했으며, 특히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흰색 벽의 집과 좁은 골목길 같은 독특한 건축 양식이 형성되었다. 현재 미하스의 상징인 하얀 집들이 이 시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1492년 스페인이 가톨릭 왕국에 의해 재통일되면서 미하스도 기독교 세력에 재편입되었고, 이후에는 올리브, 포도, 농업 중심의 마을로 성장했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매력적인 옛 마을 분위기가 관광지로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관광 산업이 발달하였다. 지금의 미하스는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관광객을 위해 발전한 마을로, 아기자기한 거리, 파란색 창문과 화분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 미하스에는 ‘에르미타 데 라 비르헨 데 라 페냐 (Ermita de la virgin de la Pena, 바위 성모 예배당)’라 불리는 전설이 깃든 바위 동굴을 깎아 만든 독특한 형태 아담한 동굴 성당이 있다. 마을의 수호 성모인 비르헨 데 라 페냐에게 바쳐진 작은 성당이다. 현재 성당이 자리한 성벽에 수백 년 넘게 숨겨져 있던 성모 마리아 상이 16세기에 발견됐다는 이야기와 비둘기 한 마리가 종탑에 앉아 있다가 성모 마리아로 변신한 것을 어느 산책하던 이가 보고 성당을 짓게 됐다는 성모 발현 이야기다. 아무튼 우리는 성당 불빛 아래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미하스의 향기에 젖어든다. 그리고 그 향기에 마음껏 취한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ARTE EN MINIATURA’ 카페에서 붉은빛이 새어 나온다. 철제 난간에 걸린 붉은 핑크 빛 꽃이 예쁘게 핀 제라늄 화분이 여행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벽에 붙어있는 스페인어와 영어로 적힌 설명서를 읽어보니 Max 교수라는 분이 이곳 미하스 마을을 미니어처를 제작하여 전시해 놓은 공간, 작은 박물관(MUSEO)이란다. 우리로 치면 미니어처 카페인 셈인데, ARTE 란 말을 쓴 것을 보니 예술의 경지에 이른 미니어처이지 싶다.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서 골목길 카페의 불빛은 더욱 밝게 반작이며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카페 앞 붉은 테이블보가 덮인 탁자에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내려앉는다. 갈색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흰 턱수염이 유난히 많은 노신사의 놀란 듯 반짝거리는 시선은 낯선 여행객들을 따라 번들거린다. 사진엽서와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팔고 있는 상점 앞에 발길을 멈춘 사람들은 미하스를 추억할 이러 저런 기념품들을 보고 있다. 이른 저녁시간 레스토랑 La Terraza 바에 마주한 서너 명의 현지인들이 맥주를 마시며 미하스의 축복을 즐기고 있다. 검은색 곱슬머리 카페 여주인은 머플러를 어깨에 두르고 노천 테이블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은 Al Spanish Kitchen의 입구의 노란색 조명이 그저 껌벅이며 졸고 있는 미하스의 이른 저녁 골목 풍경이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끝에 걸린 산자락에 아담하게 내려앉은 언덕 위의 하얀 집, 찌루찌루의 파랑새도 알고 안데르센도 아는 우리의 꿈과 마음속에 언제나 있던 천사들이 사는 나라, 언제나 꿈과 사랑이 가득한 마을, 우리에게 이런 마을은 천상의 화원 곰배령 정도일까? 천진한 목소리로 어린이들이 부른 노래 한 구절이 여행자의 잔잔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동화책 속에 있고 텔레비전에 있고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나라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https://youtu.be/9KgqsR_r18g?si=XwrzAWmFw-HjOTt6
A) 스페인 29650 말라가 미하스
B) 말라가
C) 코스타 델 솔
D) C. Martínez Catena, 6, 29640 Fuengirola, Málaga, 스페인
코스타 델 솔 Costa del Sol
말라가 Malaga,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남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일 년 내내 기후가 따듯하고 화창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자리 잡고 있으며,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이다. 말라가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며, 스페인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우리는 동화 속에서 깨어나 유럽, 특히 햇빛을 보기 어려운 북유럽 사람들에게는 동경의 땅이기도 한 지중해변으로 내려온다. 어둠이 내린 말라가 해변의 저녁 풍광은 말 그대로, 우리의 가슴에 설렘으로 다가오는 환상이다.
말라가는 기원전 8세기 페니키아 상인에 의해 세워진 도시로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Carthage, 로마 등 다양한 주요 지중해 문명의 전략적 요충지로 상업 항로 구축을 위한 독점적인 중심지였다. 8-11세기 경의 성 또는 요새로 알려진 알람브라 Alhambra, 우리에겐 알람브라 궁전으로 잘 알려진 알까사바 Alcazaba와 함께 스페인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전형적인 무어인 성채는 말라가의 상징으로 안달루시아 지방에 어서 가장 중요한 아랍인이 남긴 유산, 이슬람 건축의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건축물인 동시에 스페인 르네상스 건축의 정수라 할 만한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현재 말라가의 알까사바는 페니키아 및 로마 시대의 소중한 유물을 소장하는 인류학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영국인과 세계의 부호들이 소유하고 있는 많은 별장과 골프장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자신의 요트를 타고 이곳까지 온 평범하지 않은 유럽인들의 휴양지 말라가,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나 14살까지 살았다는 말라가에서 호텔식 뷔페로 저녁식사를 즐긴다.
호텔 라스 팔머스 Hotel Las Palmeras는 휴양지 호텔답게 로비부터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음악소리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호텔 바에서 간단한 음료와 와인을 즐기며 춤추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의 요란하지 않은 스텝이 한창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체크무늬 남방 차림의 노인이 로비 소파에서 신문을 뒤적거린다. 족히 70은 되어 보이는 노인들이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뭔가 유쾌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로비 당구장에서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 당구를 즐기고 있다. 리셉션 데스크 앞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분홍색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너덧 살 배기 아기가 너무나 예뻐 눈길을 주어 본다. 인생의 황혼에 선 이들에게나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따라나선 너덧 살 배기 여자아이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은 여유로운 코스타 델 솔의 말라가 해변이다.
‘우리가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노후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을까?’라고 함께 온 친구에게 물어보며, 이곳 사람들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노후의 필자의 모습이기를 기대하며 호텔 로비를 나선다.
인근의 상업지역으로 산책을 나온 우리는 이네들의 생필품들을 구경하며 상가를 둘러본다. 산책 나온 거리의 사람들을 따라 걸으며 조명이 유난히 밝은 상가 앞에서 사진도 찍어보며 지중해변을 거니는 여유로운, 꿈같은 저녁시간이다. 내 생애 또 이만한 낭만을 누릴 수 있을까 싶다. 상품 진열 공간보다 사람들이 오가는 쇼핑 공간이 훨씬 여유 있는 마트에서 맥주, 와인, 하몽 등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사 들고 지는 해가 아름다운 지중해변의 바닷가 산책로를 걷는다. 산책로 가로등 불빛이 지중해를 환하게 밝히며 벤치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길 건너 노점 좌판에는 아프리카에서 지브롤터를 건너온 흑인들의 꿈이 어둠에 묻힌다.
해안에 자리한 호텔과 상가에선 늦은 저녁을 먹는 스페인 사람들의 열기가 이 밤을 붙잡아 둘 기세다. 호텔 앞으로 늘어선 주점은 밤새 젊은이들의 열기를 채울 준비로 분주하다. 낯선 여행자는 호수같이 잔잔한 지중해를 바라본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홀로 지키는 갈댓잎 파라솔은 바다를 활짝 열고 사람이 떠난 바다를 찾아준 낯선 여행자들을 반긴다. 살짝 밀려온 파도는 여행자의 발등을 간질이고 이내 바다로 빠져나간다. 여유로운 해변의 저녁 불빛이 검은 구름이 내려앉는 지중해로 함께 빠져나간다. 어둠 속에서도 붉은빛으로 물든 지중해는 수평선 너머에 또 다른 마을로 길을 재촉한다. 캔맥주 거품처럼 부서지는 말라가 해변의 파도가 따듯한 바람을 실어 오는 저녁이 깊어 가고 있다.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아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보는 것도, 보고 느끼는 감동도 주관적인 건 여행이 갖는 특성이자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마드릿을 출발하여 톨레도 포르투갈 모로코를 거쳐 이곳까지 온 필자의 여행은 절반의 일정을 넘어가고 있다. 아마도 며칠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일상으로 떠밀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행은 그저 추억으로만 남지 싶어 여행 중 받은 인상과 느끼는 감성을 잊지 않기 위하여 틈틈이 메모를 남긴다. 미하스 마을과 말라가, 코스타 델 솔 밤바다를 걸으며 받은 인상이 자고 나면 사르륵 봄눈 녹듯 사라질 것 같아 메모 시간이 길어진다. 타닥거리는 자판 소리에 첫 잠에서 깬 마눌님이 ‘이제 좀 자라고!’ 한 소리 한다. 알았다며, 엉거주춤 수습을 하며 노트북을 닫는다. 아무튼 이렇게 남은 기록은 후에 쓰게 될 여행기 소재가 될 것이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젊은이들의 낭만 가득한 들뜬 대화소리와 눈빛으로 전해지는 그네들의 뜨거운 연정이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묻히는 말라가 해변의 밤이 깊어 간다. 잠이 올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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