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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Jan 24. 2024

방울방울 마음에 새겨진 설렘의 순간

오륙도에서 출발하는 해파랑길 1코스

우리는 종종 어떤 아주 짧은 순간 노래를 듣고,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마음에 간직한다. 감정적으로 이입되는 노래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노래는 언제 어디에서 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힘이기도 하다. 노래는 마음의 소리,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어 우리의 특별한 기억 속 공간에 머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절로 입에서 흥얼거리며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마도 목욕탕에서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절로 나오는 것이다. 그의 경우 샤워를 할 때는 주로 듣는 편이지만, 가끔 불쑥불쑥 흥얼거리게 되는 것은 그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릴 적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음악과 가깝게 인연을 맺은 그는 사범대학 음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 때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쳤었다. 그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라틴음악부터 제3세계 음악까지 영역의 구분 없이 즐겨 들으며 음반을 수집하였고, 최근엔 이러한 음악들을 파일로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송창식의 노래를 특히 좋아하는 그는 송창식의 ‘우리는’을 즐겨 부른다. ‘한 번쯤’, ‘맨 처음 고백’ 등 망설임과 기다림의 언어로 채워진 송창식의 노래는 그에게 그림자처럼 흐릿하게 기억되는 추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 같은 것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머무는 노래들은 이 외에도 둘다섯의 ‘긴 머리 소녀’, 나훈아의 ‘사랑’, 정지용 시인의 아름다운 시에 가락을 붙인 이동원 박인수의 ‘향수’, 김건모의 ‘빗 속의 여인’ 등 여러 노래가 있는데, 그의 친구들은 서로 다른 가수의 개성 있는 노래들 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부르면 ‘다른 노래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며 그만의 창법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를 이야기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았을 것이다.  


아무튼, 고요한 그날 밤, 그렇게 송창식의 노래, 마치 아주 가까운 친구가 귓속에 속삭이는 듯 들리는 ‘맨 처음 고백’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과거의 그와 현재의 그를 이어주는 특별한 다리가 되어주고 있던 밤에, 그는 내일 출발할 해파랑길 4박 5일 짐을 싸고 있었다. 양말부터 모자까지 짐을 모두 꾸리고 배낭에 상비약까지 모두 챙겨 넣는다. 이제 10시간가량 앞으로 다가온 해파랑길 여행으로, 마치 국민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어린아이처럼 조금은 들떠 있어 보이는 그였다. 

‘말을 해도 좋을까 사랑하고 있다고’,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설렘 감성으로 가득한 송창식의 노래 '맨 처음 고백'은 마치 해파랑길 여정을 앞둔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에는 어린 시절의 설렘과 앞으로의 여행을 기대하는 설렘이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과거의 설렘과 현재의 설렘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내일로 다가온 해파랑길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그의 행동과 표정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랫소리를 따라 그는 국민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경희, 미연, 원철과 함께하는 이번 해파랑길 걷기 여행은 분명 그에게 새로운 감동과 추억을 안겨줄 것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의 얼굴에 묻어난 기대와 설렘은 고스란히 밤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이 밤, 그는 음악적인 향수와 여행의 마법에 휩싸여 새로운 모험을 꿈꾸며 잠들 것이다.


그렇게 밤이 가고 아침이 밝았다. 경희와 원철, 미연을 차례대로 태우고 중앙고속도로로 향했다. 마치 해파랑길 세계로의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의 눈 속에는 이미 갈매기 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 그들의 모습이 비치어지고 있었다. 해파랑길은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추억의 보물 상자가 될 것이며, 그 길 위에서 펼쳐지는 그들 만의 이야기는 서로의 마음에 더욱 깊은 의미를 남길 것이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차를 잠시 휴게소로 밀어 넣는다. 가락국수를 시켜 원철이 사는 동네 인근의 김밥집에서 사 온 맛있는 김밥과 함께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하였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부산으로 향하는 그들의 마음은 더욱 풍성한 우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미연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 그들을 태운 승용차는 해파랑길 출발점인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향하여 경쾌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조그만 차량 아이콘이 부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화면에는 예상 도착 시간과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고, 실시간 교통 상황도 나타나고 있었다. 부산 도착 예정시각은 정오 12시, 점심때는 되어야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로를 내 달리는 차 안엔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젠가 갑자기 내리던 빗 줄기를 피해 카페에서 이야기했던 그들의 해파랑길 여정은 이미 시작된 듯 보였다. 햇살 가득한 아침,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는 웃음으로 가득했으며, 그들의 해파랑길 여정은 차 안에 가득한 웃음만큼이나 이미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그 여정 속으로 빠져든 그들의 눈동자 속엔 끝도 없는 모험에 대한 열망이 반짝이고 있었다. 바람이 실어다 줄 그들의 꿈과 함께 펼쳐질 모든 경험과 추억을 마음껏 기대하며, 그렇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의 즐거움과 기대는 차 안에서 피어나는 웃음으로 표현되었고, 해파랑길은 그들에게 더 큰 행복과 소중한 순간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게 부산에 도착하여 숙소부터 찾아 나섰다. 최소한의 사항만 사전에 정하고 나머지는 현지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하고 출발하였기에 점심식사에 앞서 숙소부터 수배하여 찾기로 한 것이다. 경희와 미연이 숙소를 검색하고 전화를 돌리고, 원철인 직접 발 품을 팔아 인근의 호텔을 뒤져 어찌어찌 가까스로 송정해변 인근에 숙소를 정했다. 호텔 앞에 있는 ‘국수 전문점 송정집’ 간판을 보고, 우연히 선택한 식당이었는데 맛집을 제대로 찾은 셈이었다. 자가제면과 자가 도정 밥으로 낯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 송정집 점심은 물국수, 비빔국수였다. 찐만두와 밥도 한 공기 곁들여 그릇을 싹싹 비우고 나온 우리는 해파랑길 1코스 시작점인 오륙도 해맞이 공원으로 향했다. 


먼저, 해파랑길 수첩을 두 개 사서 배낭에 챙겨 넣고,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상징하는 오륙도스카이워크 조형물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시간은 이미 오후 2시 37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기대와 광안리를 지나고 동백섬을 거쳐 해운대 관광안내소까지 공식거리는 16.9km이다. 숙소를 잡고 점심까지 먹은 후, 송정에서 다시 1코스 출발점으로 이동한 관계로 시간이 많이 지체된 셈이었다. 그들은 출발에 앞서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내 이번 해파랑길 걷기 여행을 계획할 때 정했던 대로, 해도 길고 하니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기로 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뒤로하고 조금 경사진 언덕으로 올라, 힘차게 첫 발을 내딛는 그들의 발걸음과 함께 해파랑길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해파랑길로 들어선 그들은 빨간색 화살표에 '해파랑길'이라 새겨진 표지를 발견하며 여행이 시작된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동안 꿈꿔왔던 해파랑길 걷기 여행이 시작된 것을 실감하려는 듯, 뒤로 보이는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한 번 더 돌아보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멀리 흐릿한 안갯속에 해운대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고층 빌딩들은 안갯속에 감추어진 채로, 그림 같은 해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바닷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으며 가끔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밝은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이었다. 그렇게 이기대 농바위에 다다랐고 시간은 오후 3시 25분이 되었다. 바다를 뒤로하고 모자를 양손으로 붙잡은 경희가 환하게 웃는다. 그는 경희가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주 작은 순간이지만 행복한 그녀의 환한 미소를 카메라에 담는다. 바람 때문이긴 하지만 모자를 붙잡고 웃는 그녀의 모습이 해파랑길과 너무 잘 어울렸다. 미연도 기다렸다는 듯이 함께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는다. 빙그레 웃는 원철의 모습도 해파랑길 위에 쏟아져 내린다. 


오후 3시 54분, 이기대 공원에 도착한 그들은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오후 늦게 출발한 지라 비교적 빠른 속도로 걸었고, 물도 한 모금 먹어야 했다. 원철이가 물병을 들고 물을 마시는 줄 알았는데, 물병 색깔이 물이 아니었다. 경희가 준비한 담근 술인가? 암튼 그렇게 10분을 쉬었다 다시 길을 따라나섰다. 고층 빌딩과 어우러진 해운대의 모습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부산 국가지질공원 오륙도에서 이기대 구간은 마린포트홀(해양 돌개구멍), 해식동굴, 구리광산, 화산각력암층, 해녀 막사 등 볼거리가 많은 구간이었다. 그들은 바다가 빚어낸 이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자연 현상들을 만나며 그들의 해파랑길 이야기를 그렇게 써 나가고 있었다. 


미연, 그녀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에 어머니, 아버지가 살고 계신다. 내려오면서도 차 안에서 아버지와 통화하던 그녀였다.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는지, 해파랑길 트레킹을 거의 중계하는 수준으로 통화를 이어간다. 그녀는 부모님께 늘 자주 전화 드리고 찾아뵙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맏딸이자 효녀이다. 그가 최근 그녀와 자주 동행하며 본 그녀의 모습은 그랬다. 해파랑길을 걷는 내내 매일 두 차례 정도 통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도 끔찍이 딸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부녀 간의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놓칠 수 없기에 카메라에 담으려 하니 그녀는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호응해 준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시야에 들어온 그 훈훈한 모습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부녀간 따듯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순간이 되었다. 


그에게 사진은 그런 이야기였다. 단순히 피사체를 찍는 것보다 움직이는 순간과 표정을 촬영하는 편을 좋아했다. 그런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 속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좋아하는 그였다. 


원철이 이기대 출렁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옅은 하늘색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리를 건너오는 그의 발걸음이 아주 가벼워 보인다. 얼굴엔 미소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아마도 이 여행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느덧 광안대교가 시야에 들어오고 해운대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 앞에 이르렀다. 이 순간은 그들에게 부산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산을 여러 번 왔었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 없는 그였다. 걷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걷는 여행이 도시로 이어지고 있었다. 늘 차를 타고 다니는 요즘,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선 그들을 또다시 카메라에 담는다. 모자를 벗어 들고, 이마에 흐른 땀을 손으로 닦아내며 가을 단풍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원철의 모습이 꽤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걸어왔음을 짐작케 해 준다. 웃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숙이며 예쁘게 포즈를 취해주는 미연의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방울이 흐른다. 그들 중 가장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경희의 환한 미소에 담긴 뿌듯한 표정 뒤에도 살짝 고단한 기색이 드리워진다. 마치 소낙비가 지나가고 반짝 뜬 햇살 사이로 무지개가 뜬 것 같은 그들의 소중한 이 순간이 이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파랑길 걷고 있는 그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순간이었다. 


‘부산에 가면’ 해시태그가 적힌 포토존 뒤로 광안대교가 입체적으로 들어오며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그들은 해안가 상가에서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했다. 해변 거리에는 일시적으로 열린 듯한 노점상들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조그만 좌판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이제 막 켜지기 시작한 시간, 오후 5시 37분을 넘어서고 있는 시간이었다. 오후 2시 37분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출발했으니 꼭 세 시간을 걸은 셈이다. 노점상 좌판에서 펴 놓은 짙은 분홍색 파라솔 뒤로 보이는 고층빌딩과 대조적인 모습의 이 거리를 젊은 남녀 청춘들이 메우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활기가 넘쳐 보이는 거리를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걸었다. 마치 그들도, 거리를 걷는 젊은 청춘 남녀처럼 활기차 보였다. 고층 빌딩만 가득한 도심 풍경은 상당히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민락수변공원에 들어선 청보리밭 풍경은 도심을 한결 훈훈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저 성장의 끝자락에 이르러 푸르름을 잃고 갈색으로 변한 청보리밭일 뿐이지만, 그 모습은 그가 평소 부산의 경치를 바라보며 느꼈던 그 고담시 같은 빌딩 숲과는 다른, 조금은 그림책에 나오는 사람 사는 마을 같아 보였다. 걷지 않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모자이크 같은 작은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 준 또 하나의 소중한 순간이었다. 


해운대 ‘영화의 거리’, 방파제에 타일로 만들어 붙여 놓은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스틸 컷을 구경하며 잠시 머문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여행자의 머릿속을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밝은 불빛을 밝힌 유람선이 한적한 바다를 가르며 우아하게 어디론 가 떠나고 있었다. 먼바다엔 고기잡이 나간 배들의 불빛이 조용히 물결 속에 아로새겨지는 부산 해운대로 접어들었다. 해변가는 해운대의 또 다른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은 불빛으로 반짝거리는 상점들과 두런거리는 이야기 소리로 가득한 해안의 백사장에는 서서히 어둠이 그리움이 되어 내리기 시작하였다. 바닷가의 모래는 부드럽게 발을 쓸어주었고, 소리 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그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순간이 해운대 모래사장으로 그렇게 흩어졌다. 몇 해 전, 하늘나라 은하수가 된 사람과 함께 왔던 그곳엔 그렇게 그리움이 흩어지고 있었다.


해운대란 지명은 신라 말기의 문신이며 유학자였던 최치원(崔致遠, 857년~908년?) 선생의 자 해운(海雲)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소나무와 백사장이 어우러진 이곳의 경치를 보고 동백섬의 남동쪽 해안 암석에 최치원 선생은 '해운대(海雲臺)' 석 자를 새겼다고 합니다. 


그들의 해파랑길 첫날 여정은 1코스의 종점인 해운대 관광안내소까지였다. 화단에 걸 터 앉은 경희가 양말을 벗고 벌겋게 달아오른 발바닥을 마사지하며 화기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걷기를 멈추고 그림 같은 풍경과 함께한 이 특별한 쉼표의 순간이 그들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느껴졌다. 그림 같은 바닷길을 따라 이어진 그들의 여정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의 마음에 방울방울 새겨진 설렘이었다. 그들의 해파랑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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