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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Jan 10. 2024

프롤로그

밥정 20년, 서로에게 보석 같은 친구 수심회

[밥정 20년, 해파랑길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서른한 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수심회, 그들과 함께하는 필자의 여행, 그들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과 앞으로의 행복한 여정을 해파랑길을 걸으며 이야기로 풀어 세상에 내놓을 생각입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색다른 매력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도 소개하며 그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즐거움, 때로는 웃음 속에 감춰진 소소한 순간들을 ‘밥정 20년, 해파랑길 이야기’에 담아보려 합니다. 때론 계곡에서 산으로, 때론 해외와 국내여행을 하며 함께한 20년 밥정을 이 이야기 속에서 그려내어,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밥정 20년, 서로에게 보석 같은 친구, 수심회


세월의 흐름이 멈춘 듯한 그들, 20년 동안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열세 달의 친구 수심회. 어제는 그 특별한 순간을 더욱 감동적인 순간으로 채우기 위해 송년모임으로 모였다.


20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지만, 밥 정이라 불리는 시간들을 함께한 열세 달의 친구 수심회는 늘 모이고 흩어지는 세상의 삶의 속도와 달리, 매주 수요일에 점심을 함께하며 일상 속에서 작지만 아주 특별한 의미를 찾아왔다. 마치 세월을 느리게 흐르게 하는 마법 같은 무형의 예술 작품을 품고 사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시간은 그들에게 어떤 방향으로도 흐르지 않는 듯하다. 달력의 숫자만 바뀔 뿐이지 매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그들의 마음속 특별한 공간은 늘 바쁜 세상의 삶과는 대조적으로 매주 수요일의 점심시간이라는 그들 만의 흐르지 않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일상의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이 고요한 호수를 이루고 나지막한 산을 이루며 그들의 삶을 풍요로움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고요하면서도 은은한 수채화 같은 그들의 모임은 마치 소설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문장들처럼, 시간을 넘어서 여전히 그들의 기억 속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고 있는 듯하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퇴직한 이들이 많아졌지만 그 어느 친구들보다도 여전히 청춘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그들, 오랜 세월 함께한 공간과 밥상을 통해 얻은 밥 정은 따뜻하고 행복한 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소중한 추억들을 열두 장의 달력에 담아 하나씩 나누어 갖는 것만으로도 세상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해하는 그들, 이 순간을 통해 그들은 힘차게, 그리고 행복하게 보낸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의 삶에 대한 소중한 고백과 화롯불같이 따듯한 정을 나눈다. 이것이 그들의 송년모임, 오랜 우정이 담긴 특별한 시간이다.


42.195km의 마라톤, 세월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도 피해 지지도 않는 법이다. 젊음의 활기찬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지고, 그 먼 거리를 함께 뛰었던 젊은 시절의 순간들이 어느덧 지난 옛날이 되어 추억이 되어가고 있는 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은 젊은 시절의 꿈과 열정을 머금은 채 여전히 함께 산책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결코 멈추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청춘이 가득했던 마라톤의 순간, 그저 달릴 뿐만 아니라 삶을 어떻게 달려야 할지를 배우며, 그들을 더욱 친밀하게 하나로 묶어주었던 그들 만의 특별한 우정 덕에,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극복한 그때 그 마라톤을 떠올리며 그렇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의 힘과 활력은 오늘도 여전히 그들에게 두 다리로 힘차게 설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뭔가 시도할 수 있는 활력이 되어 다음을 얘기하고 계획하며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마라톤은 결승선이 있지만 그들의 마라톤엔 결코 결승선이 없어 보인다. 마치 책을 펼치듯이, 계속해서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으며, 그 장마다 소중한 감정과 행복, 그들 만의 추억이 여전히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는 수심회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아직 청춘임에 틀림이 없어 보이고 앞으로도 늘 푸르를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아무튼 이젠 국내외 여행을 함께 다니며, 길을 걷고 산에 오르며, 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 만의 청춘 스케치를 마라톤을 달리던 시절보다 더 자주 그려 나가고 있는 셈이지요. 그때는 결승선을 향해 뛰었지만, 이제는 결승선을 정하지 않고 삶의 흐름에 따라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듯 조금 더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라톤을 뛰며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이제 점차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려질 것이고, 서로 다른 길을 걷더라도, 그 길에는 언제나 그들 만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은, 그들의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고 그들의 소중한 삶이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자,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 특별한 순간들은 미국에서 한국을 오가며 어릴 적 꿈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화가 은실의 작업처럼, 사랑스러운 순간들로 풍성해질 것입니다.


필자와 그들의 만남은 처음에는 우연이라 여겨졌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 즈음에 와서 보니, 그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인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힘이 작용하여 뒤늦게나마 그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어우러져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를 이마가 땅에 닿도록 목청껏 부르며 그 목소리를 껴안는 안변, 그 순간 그는 마치 노래 속에 담긴 감정을 자신의 몸 안에 들이며 사람이 당연히 꽃 보다 아름답다는 변호를 세상을 향해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다. 함께 가슴을 풀어헤치고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을 하지 못 할 때 세상 그 무엇보다 못 내 안타까워하며 속상해하는 사람 좋은 친구다. 그는 늘 노래를 통해 감정의 허브를 풀어헤칠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그 특별한 감성을 웅변하듯 전하며 순간을 함께 공유한다.


그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사와디 캄! 사와디 캄람!” 태국 원어민보다 더 원어민처럼 인사말을 건네며 유쾌한 웃음으로 좌중을 이끌어내는 늘 재기 넘치는 친구 종대, 그의 웃음 속에는 어떤 어려움이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으며,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유쾌함을 선물할 뿐만 아니라 따듯하게 감싸는 힘이 느껴지는 친구다.  


빙그레 웃는 얼굴에 천 년의 미소를 담고 있는 덕순, 그 미소는 마치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뛰어넘어 내면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미소는 고요한 꽃이 피어나듯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함께하는 이들에게 안정과 안락함을 전해준다. 지난 일이지만 필자는 이들과의 만남 초기, 면면을 잘 모를 때, 이름만 보고 이 친구를 여성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문장을 “그녀의 미소” 바꾸어 읽어보면 어떤 느낌이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모이다 보면 크고 작은 사건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크고 작은 일을 통찰력 있게 보고 판단하며 처방까지 내리는 맏언니 같은 향순, 우리 삶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마치 삶의 맏언니 같은 친구이다. 함께 대화를 하다 보면 마치 책 읽는 듯한 느낌을 주며, 따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녀는 시시각각 변하는 일상의 퍼즐을 놓인 그대로 이해하는 듯하다. 큰 문제에도 작은 문제에도 굳이 주변에 말하지 않아도 마치 마법사처럼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을 알아채는 통찰력과 배려심이 탑재된, 좌중을 안정감 있게 만드는 수심회의 맏언니다. 


서로에게 보석 같은 친구들, 그들과의 만남이 우연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건들과 순간들이 서로를 이끌고 있는 힘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치 인생의 작은 신호들이 서로를 찾아오면서 만남의 순간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제야 그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함께하는 필연적인 일치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더욱 감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느끼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의 삶이 서로를 향해 특별한 방식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들과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며, 서로에게 주고받은 선물과 응원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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