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맛집 링크와 마음의 좌표

2025년 5월 20일

by 양동생

오늘 아침에는 날씨가 쌀쌀했다. 역시나 출근길 운전 조심하라고 톡을 보냈고, 누나는 “너도~”라고 짧게 답했다. ‘너도’ 란말은 언제 들어도 고맙다. 나를 같은 하루의 구성원으로 포함시켜 주는 말 같아서. 그 뒤로도 점심은? 운전은? 어디야?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했다. 누나는 짧게 대답했고, 가끔은 “이해를 못 하나 봐”, “뭐가?” 같은 말도 했지만, 그래도 응답은 늘 돌아왔다. 그런 게 고마웠다. 누나는 불친절하지 않았다. 다만 선명하게 경계를 아는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운전을 하며 누나의 취재를 따라갔다. 내겐 하루의 목적이 누나였다. 누나는 그런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했지만, 나는 그 무심함 속에서 오히려 안정을 느꼈다.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같은 시간 속을 함께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그리고 밤. 누나와 통화를 했다. 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수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핸들을 누나가 잡고 있었다. 우리는 맛집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누나는 링크를 보내주었고, 나는 조용히 클릭했다. 감자탕집, 막국수집, 부대찌개, 피자, 생골뱅이, 바리에가타, 오르조, 샴페인 바, 포차, 그리고 작은 닭발집까지. 누나의 취향이 타고 흐르는 링크 목록 속에서 나는 마치 누나의 마음의 주소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맛집은 우리가 갈 수 없는 곳들이 아니라, 아직 걷지 않은 마음의 거리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누나는 무뚝뚝했지만, 또 다정했다. 애정이란 단어를 쓰기에는 모호하지만, 덕질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이 생각나서, 나는 이 마음을 ‘기억의 집’ 같은 것으로 정리해 본다.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언가가 있었다는 하루. 그렇게 나는 누나가 보낸 링크 하나하나에 핀을 꽂고, 지도 어딘가에 그녀를 중심으로 마음의 좌표를 표시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다짐했다. 언젠가, 그중 한 곳에 누나와 함께 앉게 되는 날이 오면, 오늘을 떠올릴 거라고. 아무 일 없던 것 같았지만, 나만은 분명히 기억할 이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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