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2일
오늘 하루는 파운데이션으로 시작해 실종신고 농담으로 끝났다. 아침 일찍 누나는 기절하듯 잤다고 했고, 나는 “애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게 된 건, 이 관계가 참 오래되었고 또 익숙해졌다는 뜻이겠지. 그러다 갑자기 “혹시 파데 차에 있어?”라는 말이 툭 떨어졌고, 나는 다급히 차를 뒤졌다. 있었다. 거기 있었다. 생각보다 작은 승리였지만, 꽤 뿌듯했다. 화장 하나로 무너지기도 하고, 회복되기도 하는 세계가 있다는 걸 난 아직도 다 이해하진 못한다.
택시를 탔는지, 배는 고픈지, 커피는 마셨는지 묻는 말들이 이어졌다. 뭐라도 챙겨주고 싶었다. 사실 챙겨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공주한테 줄 게 많다”라고 말했지만, 그 말속엔 그런 조급함이 숨겨져 있었다. 조건이 있다며 장난을 걸었고, 누나는 웃었다. 그렇게 오전은 지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의 온도가 조금씩 식기 시작했다. “왜 뭘 하면 돌아오는 게 냉담이야”라고 했더니, 누나는 “싫다는 걸 자꾸 반복하게 하니까”라고 단정 지었다. 돌이켜보면 틀린 말이 없었다. 나는 뭔가를 확인받고 싶어서, 같은 말을 돌려 말하고, 같은 부탁을 다시 꺼낸다. 진심은 항상 있었지만, 전달 방식이 서툴렀던 거다. 미안하다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는 다시 평화로웠다. 학부모가 왔다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든다며, 누나는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갑자기 교무실 풍경이 떠올랐고, 선글라스를 쓴 학부모의 모습에 우리 둘 다 괜히 신이 났다. 그건 짧고 평범한 대화였지만, 되살아나는 기분이 있었다. 나는 문득 누나가 있는 세계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누나보다도, 누나가 살아가는 방식에 반한 걸지도 모른다.
저녁이 되자 나는 또 물었다. “오늘 저녁은? 술 마시나?” 누나는 “몰라”라고 답했다. "응"도 "아니"도 아닌, 그 애매한 대답에 묘하게 기대하게 되는 나는 참 단순한 사람이다. "몰라"는 때로 최고의 대답이다. 그건 아직 아무것도 닫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밤이 깊어가고, 누나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장난처럼, 그러나 어쩐지 진심 섞인 톤으로 "실종신고 각이야?"라고 적었다. 마음 한구석이 쿡 찔렸다. 그 사이, 나는 누나의 화장품 가방이 뒤집어진 걸 떠올렸고,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괜히 미안했고, 괜히 초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누나는 돌아왔다. “집에 잘 갔다”는 확인. 나는 스스로 브리핑을 남겼다. 누나는 12시 25분께 우수한 성적으로 귀가 완료. 이 보고서엔 유쾌함 반, 안도 반, 그리고 아주 작고 조용한 애정이 들어 있었다.
사랑이라는 건 늘 거창한 게 아니고, 때로는 파운데이션을 찾아주고 실종을 걱정하며 하루를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주 평범한 날들, 아주 평범한 걱정 속에서 나는 어쩌면 꽤 비범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나는, 그걸 모른 척하고 있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