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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란 Oct 19. 2023

패배의 또 다른 이름

친구 집에서 놀다 우연히 발견된 배드민턴 라켓. 그것을 보자마자 누가 잘 치고 못 친다 등의 농담으로 시작해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린 배드민턴 내기.


네 명이서 지는 쪽이 저녁밥을 사는 걸로 하고 두 명씩 짝지어서 경기를 시작했다. 나와 같은 편인 친구는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지만, 잘하지도 않고 못하지도 않았다. 그 친구 또한 나를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믿는 척했지만 서로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는 상태였다.


반대로 상대 팀은 한 명은 아주 운동을 못하고 한 명은 아주 잘했다. 우리의 전략은 치사하지만 당연한 것이었다. 턱을 살짝 치켜들며 못하는 친구를 가리켰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우리 팀은 상대편 한 명에게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다. 옆을 보니 같은 편인 내 친구는 광기 어린 무한도전의 노홍철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친구의 광기 덕분에 우리 팀은 승리하였고 닭갈비를 푸짐하게 얻어먹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왼쪽 어깨에 통증이 있었다. 

‘잠을 잘못 잤나…’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는 어깨 통증에 결국 병원으로 갔고, 어깨에 석회가 생겼다는 검진 결과를 받았다. 배드민턴을 칠 때 계속 어깨를 심하게 썼던 것이 원인이었나 보다. 결국 충격파 치료와 물리치료를 같이 받게 되었는데 한 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10만 원의 금액이 지출되었다. 충격파 치료가 꽤나 비쌌다.


1회로 낫지 않아서 매주 진료를 받다 보니 어느새 10회까지 받게 되었다. 1회, 1회 받을 때마다 배드민턴을 치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한 명을 집중공격하면서 점수를 얻었던 쾌감, 점수를 낼 때마다 상대 팀에게 했던 도발, 닭갈비를 먹으면서 토핑이란 토핑은 모두 얹어 먹었던 금전적 여유.


간호조무사에게 핸드폰 뒤에 꽂혀 있던 체크카드를 건네며 속으로는 수없이 되뇌고 후회했던 말.


“아, 차라리 내가 닭갈비 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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