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by 아우름언니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미용 일을 하려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아니 사실 원래도 외모에 조금은 신경을 쓰는 편이었습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그 사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화장을 진하게 한 건 아니지만 항상 저 자신을 최대한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디자인과라는 점을 의식했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부산 출신으로서 서울의 멋쟁이들 속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애썼으며, 임원이 되었을 때는 그 위치에 걸맞은 옷차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미용 일을 하면서 필요에 따라 조금 더 화려한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매일 아침 완벽한 메이크업과 헤어, 그리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 저의 자존심이자 고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제도에서 가끔 원장님들과 모임을 가지면 모두가 화려한 스타일에 뛰어난 외모를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미용 경력만 20~30년이 넘는 분들이라 요즘 모임에서는 자연스럽게 좋은 화장품과 성형외과, 피부과에 대한 정보가 주요한 대화 주제가 되곤 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눈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양적인 눈매에 눈꼬리가 올라가 차갑고 화난 듯한 인상을 주는 게 싫어서 대학 초기에 엄마를 졸라 쌍꺼풀 수술을 했고, 눈꼬리가 살짝 내려온 느낌은 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 예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쌍꺼풀 수술 하나면 모든 게 예뻐질 줄 알았고, 나이가 들면 그 눈매가 더 빨리 처져 결국 재수술까지 하게 될 거란 걸요.


재수술을 하면서 눈꼬리에 선명하게 남은 흉터는 몇 번을 고쳐도 없어지지 않았고, 얼굴은 점점 노화로 턱살이 내려오고 목에 주름이 지면서 사각형 얼굴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면서 ‘이러다 미용 일도 못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서울과 부산의 유명한 병원들을 검색하며 정보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부산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점점 나이 들어가는 우리 얼굴이 귀엽지 않니? 난 늙어간다고 하지 않고 익어간다고 표현하고 싶어. 세월의 흔적이 우리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잖아.”


그 순간 저는 지금껏 외모를 바꾸기 위해 고민하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고, 사실 제 손님들이 저를 찾아오는 이유가 외모가 아니라 실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고민하는 시간에 블로그 글을 하나 더 쓰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들자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며 아픈 시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사실 울쎄라 같은 시술은 효과가 있더라도 수면 마취까지 해야 할 만큼 고통스럽고 자주 해야 하기에 그 자체가 저에겐 너무 큰 부담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지는 꽃도 꽃’이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우리 내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내 삶이 아름다웠다면 그 흔적을 지닌 얼굴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게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대로 익어가자, 그것도 충분히 멋질 거야”라고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나이듦이 아닌, 내가 걸어온 삶의 깊이를 보여주는 자취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에 따라 드러난다는 것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더 깊고 단단하게 익어가는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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