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낙엽지는데 / 채바다
산 빛 노을빛에
젖어가는 계절아
들판은
하얀 억새의 노래
바람 한 점도
사랑해야 할 오후
떠나는 구름도
붙들고 싶구나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구나
낙엽은 하나 둘
지고 있는데
산 노을이 붉게 멀어져만 가네
파릇한 새 생명의 피움으로 가슴 녹이던 때가 엊그제인 것 같았는데, 황금빛 은행잎과 붉게 타오르는 단풍들을 보노라니 마음이 뜨거웠다. 이 계절의 아름다운 절정 속에서, 지금 이 시간도 아름다운 빛으로 여울져 오늘을 걷고 있음이 그렇게 감사하다.
내 삶도 인생에서 어쩌면 보석 같은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지나 50을 향해 걷다 보니, 이 인생의 중간 즈음을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철없고, 순수했던 젊은 날의 인생들이 하나둘 낙엽처럼 흩어져 내머릿속을 스쳐간다. 젊은날의 경험, 아름다운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는 오늘을 또 걷는다. 행복은 따사로운 짧은 가을 햇살에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황홀한 가을 낙엽에도 부드럽게 무르녹는다.
내 인생이 무르 녹아든 오늘 하루를 붙잡고 내삶의 하루하루를 보물처럼 아끼며, 보듬으며, 감사하게 살아가야지.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오늘 하루를, 때론 지치고 눈물 나는 하루를, 속상해서 어디론가 숨고 싶은 나날을, 뭐가 그리 우스운지 행복한 미소속에 밝게 빛나는 그런 날들을.
그렇게 매일매일의 하루를 차곡차곡 보듬으며 아름답게 내 안에 담고 걸어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