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축 처진 어깨로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었다. 아담한 여우의 집이 보였다. 집에 도착한 안도감도 향기를 찾지 못한 슬픔조차도 없는 텅 빈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달빛이 여우의 뒤를 따라왔다.
여우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랑대는 바람은 숲속의 나무들을 쓰다듬었고 꽃잎 하나가 여우의 콧잔등에 떨어졌다. 여우가 살짝 고개를 드니 달빛에 반짝이는 꽃잎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여우의 지친 몸을 감싸 안았다. 여우는 이제야 알았다. 희미했던 기억들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어릴 적 아빠와 함께 심은 나무의 향기였다.
“소중한 건 늘 가까이에 있단다.” 아빠의 음성이 들리는 거 같았다.
여우는 소중한 추억을 잊고 살고 있었다.
“미안. 많이 외로웠지?”
여우는 두 팔을 벌려 나무를 앉았다. 괜찮다며 쓰다듬어 주는 나무의 온기를 느꼈다. 여우는 숨을 힘껏 들이마셨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온몸으로 들어왔다. 피곤했던 여우는 나무 옆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여우의 마음에 향기로운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