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길고 좁은 숲길로 더 들어갔다. 어느새 숲속에는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가재의 응원을 받고 지칠 줄 몰랐던 여우의 발걸음은 축축한 안개가 낮게 깔린 늪지를 보고서야 멈췄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늪지는 강렬했다. 숲속의 그윽한 향기는 모조리 사라졌다. 늪지의 비린내는 여우의 미간을 찡그리게 했다. 습한 공기는 여우의 심장을 더 동요시켰다. 얼어버린 몸을 조금씩 움직이려고 고개를 살짝 돌리는 순간 갈대 사이에서 개구리가 폴짝 뛰어올랐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늪지에서 개구리 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찾으러 여기까지 왔어.”
여우는 침착하면서 부드럽게 개구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찾는 향기 따위는 이곳에 없어. 이곳은 향기랑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거든.”
개구리는 한심하다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
개구리의 말을 듣는 순간 희미하게 연결됐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와의 끈이 영원히 끊어진 것 같았다.
“근데 넌 왜 이런 곳에서 살아? 숲속의 싱그러운 향기도,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도 없잖아.”
여우는 울분을 토하듯 개구리에게 소리쳤다.
“난 이곳을 사랑해. 난 여길 떠나지 않아. 이곳은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이니깐.“
개구리는 울컥하는 여우의 모습이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한 뒤 늪지의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구름 사이로 살며시 보이는 달이 상심한 여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