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파파 Sep 15. 2023

아빠의 멀티력(multi力)

함께 하는 육아에 대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도움은 필수다. 사막의 단비 같은 존재!




되도록 육아에 있어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육아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며, 부정적 생각이 고스란히 내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독박’이라는 말로 키우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독박’이라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독박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혼자서 모두 뒤집어쓰거나 감당함’이라고 되어있다. 육아에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아이의 양육을 혼자서 모두 뒤집어쓰거나 감당함’이 된다. 누가 봐도 하기 싫은 육아다. 누군가 당신은 사회생활을 하니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남자들의 삶이 그렇게 말처럼 녹록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요즘 나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멀티력(multi力)’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직장인+남편+아빠+아들+사위」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 내가 생각하는 ‘(multi力)’이다. 게리 컬리와 제이 파파산의 「원씽」에서는 이 ‘멀티(multi)’를 비효율적이고 성공과 멀어지는 일로 표현한다. 그러나 비효율적이어도 어쩔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러자면 하루 24시간을 발바닥에 땀나도록 다녀야 한다.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독박’ 육아를 논한다면 꽃으로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육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 다 적어도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는 아이의 정서적 발달 등을 고려해 한 사람이 육아를 전담하며 최대한 어린이집도 늦게 보내자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한 사람도 육아에 적극! 동참해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라는 것도 의견이 같았다. 


첫째와 둘째 모두 아내가 직장을 쉬며 잘 돌봐주었고 그 노력 덕분인지 첫째는 다른 남자아이에 비해 말도 빠르고 예민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안정된 정서를 보였다. 둘째도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난 뒤에 홀로 육아를 감당하는 것은 첫째를 기르는 일에 두 배가 아닌 세배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 그런 아내의 손목은 단 하루도 성할 날이 없다. 병원에 치료를 받아도 그때뿐이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데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에게 그것은 정당한 쉼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 파업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직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아내와 짧은 통화를 하는 편인데 그날은 아내가 손목이 너무 아파 못 쓸 지경이라며 속상해했다. 다행히 오후 시간이 여유가 되어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잠시 집으로 향했다. 온전한 퇴근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날따라 늦은 시간까지 행사가 있는 날이었고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 잠시 집에 들렀다 다시 직장으로 와야 하는 일정이었다.


집에 도착해 둘째를 데리고 첫째를 하원시키며 아내에게 병원 진료를 다녀오라고 했다. 아이 둘과 놀이터에 도착하니 많은 아이와 엄마들이 있었다. 그 틈에서 조금 멋쩍기도 했고 한 편에는 나를 집에서 노는 한량으로 아는 것은 아닐까라는 쓸데없는 자격지심도 잠깐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아이와 놀고 진료가 끝난 아내와 집에 들어와 아이를 씻기고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다시 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잠시 집에 다녀올 수 있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대부분 경우 책상 앞에 앉아 애만 태우며 시계만을 쳐다보는 일이 더 많다. 그래서 야근과 회식은 늘 아내의 컨디션과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2023. 1. 19.   육아는 1 + 1 = 3이다.


결혼 전 군에서 6년을 근무하고 장기 복무를 고민하던 시기 전역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이었다.


한 군인 아빠의 이야기다.

매일 야근과 야간 근무를 하던 아빠가 오랜만에 집에 와서 딸과 이야기하던 중에 딸이 물었다.

“아빠 출근하지 말고 나랑 놀아줘요!”

“아빠는 우리 딸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놀 수 있게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래.

 아빠가 나라를 잘 지켜야 우리 딸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거야~”

“아빠! 친구가 그러는데 군인 아빠는 전쟁 나면 가족들이랑 떨어져 있다는데요!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그랬다. 군인은 전쟁이 나면 정작 자기 가족은 곁에서 지켜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버는 이유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다. 그런데 그 돈이라는 것을 벌기 위해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포기해야 한다면 참으로 모순이다.


그래서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그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늘 치열하게 노력한다. 참 고마운 것은 아내가 나의 이런 수고와 노력을 잘 이해하고 지지해 주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내 아이를 기르는 일에 ‘독박’이라는 표현을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힘듦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힘들게 버텨온 시간을 이렇게 표현하기는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전 10화 사치를 부리는 아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