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아빠의 해방구
"사진은 찍는 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나 자신도 사진 속의 풍경을 영원한 순간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내들이 싫어하는 남편의 3대 취미가 있다.
낚시, 골프, 사진
이 3대 취미를 싫어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돈도 돈이지만
집에 얌전하게 붙어서는 즐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 추측한다.
그런데 나는 안타깝게도 이 3대 취미 중 하나인 사진을 하고 있다.
나의 사진 생활은 어린시절 아빠로부터 시작되었다.
90년대 버스가 하루에 10번도 다니지 않는 시골에서 살았음에도 아빠는 사진이라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취미를 가졌다. 나와 동생의 사진뿐 아니라 들에 핀 야생화를 찍는 것을 사랑했다. 중간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며 소유했던 장비를 눈물을 머금고 정리하셨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아빠의 사진 실력은 어디에다 놓아도 인정받을 만큼 훌륭했다.
아빠의 이런 호사스러운 취미는 나와 동생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지금도 책장 구석에 있는 어린 시절 사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의 기록물로 남아 있다.
사실 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에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특히 문서를 꼼꼼하게 기록하거나 정리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사진은 그렇지가 않다. 질리지를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풍미를 내는 된장처럼 그 맛을 더하고 있다.
돌아보면 찍는 행위를 포함해서 그것을 편집하는 일까지 근 10년간 사진 작업을 하며 지루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핸드폰이 사진기를 대체하기 시작한 오늘에도 나는 핸드폰과 별도로 늘 사진기를 목에 걸고 다닐 정도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즐거운 이유를 생각해보면
찍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그 호흡과 시선의 느낌들이 좋다는 것
찍은 후에 작품을 함께 공유하고 감상하며 느끼는 성취와 보람이 있다는 것
시간이 흐른 뒤에 사진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서 오는 따뜻함 있다는 것
이러한 것들이 사진이 가진 끊을 수 없는 마력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 나의 주 피사체는 당연하게도 아이들이 되었고 이따금 찍었던 사진들을 돌려보면 이런 시간이 있었지 하며 아내와 한참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럴 때는 사진 하기를 참 잘했다고 셀프 칭찬과 함께 '좋아요'를 날려준다.
취미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나의 삶의 유일무이한 해방구가 되어주고 있다. 어떤 취미를 갖는가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남기는가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통해 나는 삶을 기록하고 기록한 삶을 회고하며 다시 미래를 그리게 된다.
남들은 가끔 왜 사서 고생하냐고도 묻기도 하지만
사서 하는 고생이 좋을 만큼 나는 시간을 기록하는 이 행위가 너무나 즐겁다.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2roun.film?igshid=NTc4MTIwNjQ2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