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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외벌이 아빠의 감성 육아 에세이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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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파파 Oct 18. 2023

슈퍼맨이 되고 싶은 사나이

슈펀맨을 꿈꾸는 아빠들에게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돌아라 지구 열두 바퀴
올빽머리 근육 빵빵 난 슈퍼맨
지구인의 친구 난 슈퍼맨
멋지구나 잘생겼다
대인배의 카리스마 사이즈가 장난 아니지
어쨌거나 근육 빵빵 난 슈퍼맨 - 노라조 「슈퍼맨」 가사 中

어릴 적 동네에는 많은 슈퍼맨이 있었다. 남자아이라면 자라면서 한 번쯤 빨간 망토를 목에 두르고 슈퍼맨을 외치며 의자 위에서 뛰어내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삼십 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이따금 슈퍼맨을 꿈꾼다.

2021. 6. 19.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행복의 원천! 힘의 근원은 누가 머라 해도 내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다. 아이의 웃음 아빠를 슈퍼맨으로 만든다.

단지 어린시절과 다른것이 있다면 어릴적에는 정말 내가 슈퍼맨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동경이었다면 지금은 하늘을 나는 능력이나 괴력 따위가 아니라 무엇이든 생각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과 체력, 어떤 고난에서도 승리하는 운명(?) 같은 것들을 꿈꾼다는 점이다.

그러나 역시 현실 속 아빠는 영화 속 슈퍼맨과는 다르다.

적어도 3개의 알람이 울린 뒤에 간신히 몸을 이불 밖으로 꺼내서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벼가며 출근 준비를 하고, 빈속에 커피를 들이부어 이제 곧 직장이라는 전쟁터에 도착하니 준비하라는 신호를 준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출근하면 토끼 같은 귀여운 아이들이 현관문에 쪼르르 나와 아빠를 반겨준다.

바로 소파에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찌 이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얼른 씻고 나와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있는 힘 없는 힘 마지막까지 쥐어짜서 장난감과 함께 거실에서 장렬하게 전사해야 한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지나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방에 함께 누우면 육퇴 후 나만의 시간을 생각했던 계획과는 달리 아이들과 함께 잠들어 버린다. 그러다 새벽에 문득 일어나 다른 방으로 가서 다시 잠에 든다.(새벽 알람에 아이들이 깨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마 이 모습이 보통의 육아하는 아버지들의 일상일 것이다. 이러다 보니 아버지들은 근육 빵빵 슈퍼맨의 체력이 부러운 순간이 문득 찾아오게 된다.

여기에 더해 아빠들은 아빠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으로 남편으로 때로는 아들로 또 때로는 오빠나 형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 역시 1인 다역을 감당하는 삶을 산다. 어느 하나 소홀 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모든 역할에서 잘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은 것이 또 우리 아빠들의 욕심이다. 그래서 우리 아빠들이 더욱 슈퍼맨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지난 일주일 꼬박 감기를 앓았다. 혼자였다면 하루 정도 병가 쓰고 집에서 푹 쉬었을 테지만 아빠인 나는 가장의 중요한 역할인 경제활동을 위해 꾸역꾸역 출근했고, 약 기운으로 하루를 버텼다. 퇴근해서는 아이들을 씻기는 최종 미션까지 완수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돌보지만 부모는 아프면 알아서 버티는 방법뿐이다. 이렇게 보면 부모라는 그 말 자체에 이미 슈퍼맨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가끔 뉴스를 보면 사고 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부모들의 사례가 실제로 나오기도 한다.)

2023. 10.15. 지구는 구하지 못해도 내 아이만은 지켜낼 수 있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슈퍼맨이 결혼했다면 지구를 구할 수 있었을까? 신문 기자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삶(영화 속 슈퍼맨과 슈퍼맨이 사랑하는 여자 모두 기자이기 때문이다.) 과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의 삶을 살며 시도 때도 없이 부모를 찾고 울어대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가능할지 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현실 아빠들이 슈퍼맨을 꿈꾸지만 어쩌면 슈퍼맨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