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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Jul 28. 2022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그것.

Future Sketches by Zach Lieberman








나는 어릴 적부터 굉장히 예민했다. 병적인 정도의 예민함은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들보다는 꽤나 예민한, 애매한 예민함 때문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밖에서는 속으로 삭히며, 집에서는 온갖 짜증을 가족들에게 분출하며 살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나의 예민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몸과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가족들에게는 짜증만 냈기 때문에 언제나 '집안의 문제아'였고 엄마와는 자주 트러블을 겪어야 했다. 밖에서는 사회생활을 어떻게든 해 나가기 위해 속으로 예민함을 꾹꾹 삼키고 살다가 참을 수 없을 때가 되면 폭발했고 그런 자신이 수치스러워 사람들로부터 도망 나와야 했다.


평범한 학교와 집안 환경 덕분에 나의 바깥세상은 큰 문제없이 언제나 조용했지만 내 안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쉽지 않아 혼자서 끙끙 앓던 나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자연스럽게 신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서른이 넘은 후에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혼자 남겨졌을 때는 신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시작했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나의 예민함이 극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요가에서 '차크라'라고 부르는 에너지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에너지가 어떻게, 어디에서 움직이는지가 바로 느껴졌고 나는 에너지를 따라 나의 몸으로, 나의 내면으로 온 마음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나를 괴롭히던 예민함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책을 보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강이 말을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자연이 말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우리가 자연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들을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의 공통 언어는 '느낌'이었고 지나치게 예민했던 나는 사실  '느낌' 강력한 사람이었다. 극도의 예민함과 유리알같이 섬세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자연을 감싸는 언어를 느끼며 나는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았다.




누가 나의 인생을 설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정말 기가 막히게 현명한 설계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섬세하고 아주 아슬아슬하게 신과 내 안으로 향하는 길을 설계했다. 자칫 잘못하면 인생을 중간에서 포기해 버리거나 엉망으로 살기 아주 딱 좋을 만큼 어려운 인생을 아주 교묘하고 정교하게 완성했다. 강력한 역경이나 드라마틱한 장치를 두지도 않았고 화려한 외부 장치나 특정한 인물을 등장시키지도 않은 채 오직 내 안에 갖고 있는 고통만으로 다시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를 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인생이라는 연극이 끝나면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할 것이다.


"정말 아름답고 정교한 예술품 같은 인생이 아닐 수 없었다"라고 외치고 싶다.




며칠 전 남편과 크게 다투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엉엉 울었고 남편은 침대 끝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슴에서 에너지가 회전하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토라진 마음으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가슴속 에너지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말을 걸었다. 마치 사랑으로 바꿔, 사랑으로 바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고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남편이 들으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던 솔직한 말들을 다 꺼내 놓으니 남편은 내 옆에 누워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이유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남편도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웃다가 서로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것이 사랑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이 살다가 가끔씩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든 것이 당신을 향해 말을 걸어온다. 나무도 바람도 새들도 떨어지는 꽃잎들까지도 당신을 위해 말을 건다. 그리고 가슴속에서 당신을 향한 강력한 사랑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 숨 쉬며 당신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언어도 생각도 감정도 아닌 오직 느낌으로 말한다. 그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모든 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아마도 당신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바로 '그것'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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