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노선을 운전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이 노선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는 점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승객이 몰려 정신없이 바빠지고, 비나 바람이 심한 날엔 상대적으로 한산해지는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노선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세인트 킬다(St Kilda)를 지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해변과 야트막한 파도가 펼쳐진 세인트 킬다는 멜버른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입니다. 특히 날씨가 맑은 주말이나 여름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찾아 트램에 올라타는 모습이 익숙합니다.
세인트 킬다(St Kilda)는 멜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지역 중 하나로, 독특한 매력과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멜버른 중심 업무 지구(CBD)에서 남쪽으로 약 6km 떨어져 있으며, 해변가 산책로, 다양한 레스토랑, 바, 그리고 유명한 명소들이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입니다.
트램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16번 노선을 따라 세인트 킬다를 지나는 날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붐비는 승객들, 자전거를 트램에 싣는 사람들, 해변에서 나온 모래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까지 신경 써야 했죠. 트램의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승객들을 안전하게 탑승시키려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처음엔 이런 상황이 긴장되고 벅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습니다. 그들과 함께 세인트 킬다로 향하며 느낀 것은, 이 노선이 단순히 사람들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것을 넘어, 그들의 소소한 여행의 시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제는 가끔 트램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천천히 바라보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트램이 해변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빛나는 햇살,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사람들, 그리고 머리 위로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까지.
가끔 트램이 잠시 정차할 때면, 저는 승객들이 바다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16번 노선은 단순히 바쁜 노선이 아니라, 멜버른의 일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노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붐비는 날도 있지만, 한적한 날에는 해변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이 도시가 가진 여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운전 속에서도, 16번 노선에서 바라보는 세인트 킬다의 풍경은 저에게 멜버른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매력을 승객들과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이 일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