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한국 가족들과 멀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행복이 와도 점점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행복이가 친구 루크의 생일 파티 후에 슬립오버를 했고, 일요일 점심때쯤 돌아오기로 했죠. 그래서 스티븐과 저는 토요일에 오붓하게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둘만의 시간 너무 좋았는데 우리의 대화는 당연히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는 함께 산책을 하면서 이런 시간을 더 자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가 이제 점점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생길 것 같다는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매주마다 플레이데이를 원하고 아이들이 쓸쓸 자신의 디바이스가 생기면서 부모 필요 없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현상들이죠. 슬림오버도 부모들은 동의한 것뿐 아이들끼리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이 과정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행복이가 아직은 우리와 더 가까이 머물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사춘기가 오면 자연스럽게 가족보다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니 마음이 무겁네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그들과 어울리며 성장해 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 같아요. 행복이가 점점 더 독립적인 존재로 변해가고,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우리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그저 성장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부모로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늘 함께하고 싶고, 가까이 있고 싶지만, 아이가 독립을 원할 때에는 그 과정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참 어렵습니다. 행복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부모로서 그가 우리와도 여전히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커집니다. 그래서 행복이가 친구 집에서 돌아온 이후 행복이의 컨디션을 확인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행복이는 어제 친구들이랑 슬림오버를 하면서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많이 피곤해 있는 상태입니다. 예전 같으면 화를 많이 냈을 거었지만 이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도 별로 소용도 없고요.
행복이가 집에 돌아온 후, 몇 시간은 디바이스 없는 시간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혼자서 자신의 인형과 놀고, 동네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죠. 그런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제 점점 행복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핸드폰이나 스마트 시계 같은 디바이스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혼자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이런 변화가 필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참 복잡하고 쓸쓸합니다. 가족이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마음이 항상 생각대로 따라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행복이가 자라면서 점차 가족과의 거리가 생기는 이런 순간들이 저에게는 조금 더 천천히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부모로서 느끼는 이 쓸쓸함은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