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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돈을 내면 더 빨리 탈 수 있느냐?

by Ding 맬번니언 Oct 12. 2024

어제의 피로 때문인지 오늘 아침은 일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토이 스토리 호텔에 체크인하자마자 잠들었는데, 오늘도 7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습니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일본 디즈니랜드에 30분 일찍 입장해 미녀와 야수 놀이기구를 타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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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즈니씨에 너무 집중해서 준비했기 때문일까요? 디즈니랜드에 대한 공부는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대충 꼭 미녀와 야수 놀이기구는 탑승하는 것이 좋다는 정도 그리고 퍼레이드가 볼만하다는 정보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디즈니씨에서 돈을 사용해 놀이기구를 빠르게 타는 경험을 했던 것과 달리, 디즈니랜드에서는 그런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녀와 야수 놀이기구를 즐기면서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야 했습니다. 놀이기구를 기다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녀와 야수는 보통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놀이 기구입니다. 디즈니씨에서는 운도 좋았고, 완벽한 동선 덕분에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었지만, 디즈니랜드에서는 일반 방문객처럼 조금 헤매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구나 행복이가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배고프다고 했고, 간식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식당 위치를 잘못 알아서 시간이 많이 낭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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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에서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에도 불구하고, 나름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들은 대부분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이가 옆에서 계속 "돈을 주고 빨리 놀이기구를 타면 안 되냐"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디즈니씨에서 돈을 사용해 놀이기구를 빨리 탈 수 있었던 경험이 행복이에게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그 방법을 기억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는 행복이에게 "어제 이미 돈을 많이 썼으니, 오늘은 조금 기다리면서 타자"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행복이는 기다리는 것이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어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오늘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부모로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 상황을 통해 기다림의 가치와 인내를 배우게 하고 싶었던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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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테마파크를 즐기면서 느낀 점은 테마파크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행복이와 대화하면서 돈을 많이 쓰는 상황을 "돈지랄"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도 웃기면서도 적절하게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테마파크는 VIP 티켓이나 패스트 패스 같은 시스템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한 사람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알고 받아 드리죠. 스티븐만 제외하고 말이죠. 스티븐은 기다리면서 옆에서 잔소리를 하는데 행복이 보다 스티븐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호주 사람들은 차별에 대해 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두번다시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두번다시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

이런 곳에서 행복이가 "왜 돈을 내면 더 빨리 탈 수 있느냐?"라고 묻는 건 자연스러운 궁금증일 수밖에 없어요. 아이가 9살이라서 그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 더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배우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직접 느끼고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로는 돈을 더 주고 편리함을 살 수도 있지만, 때로는 기다림과 인내도 필요한 것이라는 균형 잡힌 인식을 주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https://www.mk.co.kr/news/world/10859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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