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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자 학생

가르쳐주면 더 많이 배운다더니

by 비빔계란 Feb 22. 2025

언니의 인바디 수치를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체지방량 34%, 골격근량 18kg, 체수분은 평균수치의 이하. 숫자로 보는 언니의 몸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았다. 우리 집안에서 골격근량이 평균 이하의 수치로 나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상태가 많이 별로네? 일단 하나씩 해보자."


인바디 결과지를 들고 있는 언니의 어깨가 처져있었다. 나는 그동안 언니의 생활습관을 관찰해왔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식사시간이 불규칙했다. 그러다 보니 단 것을 찾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졌다.


"근데 진짜 신기하다? 너가 알려준대로 하고 나서부터는 두통도 사라지고 화가 덜 나."


슈러그 동작을 알려주며 들었던 말이다. 언니는 운전이 많은 직업 특성상 하루 평균 활동량이 현저히 낮았고, 그로 인해 승모근 긴장이 심했다. 두통도 자주 호소했다.


"여기가 많이 뭉쳐있다는 건 평소 자세를 고쳐야 하는 것도 있지만, 평소 과긴장된 근육을 풀어내는 게 첫번째거든. 금방 좋아질 거야. 언니는 알아채는 게 빠르니까."


매주 금요일, 퇴근 후 곧장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피곤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가볍다. 언니와 함께하는 운동 시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어제 물 몇 잔 마셨어?"

"음... 두 잔?"

"적어도 여섯 잔은 마셔야 해. 알지?"

"알았어, 오늘부터 물병 들고 다닐게."


운동하면서 우리는 전보다 더 자주 연락하게 됐다. 카톡방에는 식단 사진이 오가고, 물 마신 양을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아주 가끔, 헬스장에 좀 나가라고 닦달할 때에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나왔더니 어떤 기구가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기도 도ㅐㅆ다.


"야, 오늘 승모근 스트레칭하니까 진짜 덜 아프다?"

"그렇지? 나도 그거 알고 나서 신세계였어."


언니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지식들은 어떻게 보면 시행착오의 결과물이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나에게 가르침을 제공해줄 수 있는 실력있는 트레이너를 찾아다니면서 직접 겪고 느끼며 알아낸 것들이었다.


"나도 계속 배우는 중이야. 언니가 이렇게 물어보면서 나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렇다. 나는 선생님이면서 동시에 학생이었다. 언니를 가르치면서도, 언니의 반응과 질문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워갔다. 왜 이 동작이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매 순간이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그것은 언니를 통해 더욱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언니는 입밖으로 꺼낸 적 없었지만 애둘러 이런 표현을 했다. 너는 진짜 운동을 좋아하는구나, 대단하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럴때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언니도 어서 운동이 일상이 되기를 를 바라."


운동이라는 공통분모는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서로의 변화를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유대감이 생겼다.


"다음 주에는 데드리프트 한번 해볼까?"

"으악, 무서워..."

"괜찮아. 내가 천천히 알려줄게."


그렇게 우리의 금요일은 계속됐다. 나는 언니에게 운동을 가르치며, 동시에 다양한 것을 배웠다. 인내심, 내가 운동을 하면서 '인지'했던 감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의 변화를 돕는 기쁨. 그때는 몰랐다. 이 순수한 관계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나는 선생님이자 학생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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