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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Jul 11. 2022

2. 배우지 않고도 잘 만드는 음식

마파두부

  

 하루에 나에게 떨어진 식사준비 비용은 5만 원. 맨 처음 식사준비를 할 때는 식사 팀별 정해진 개별 간식비로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설강민 반장님이 각 팀장님과 센터장님에게 보고한 후 내 계좌로 5만 원을 보내주셔서 주간과 야간 식사를 책임지게 되었다. 난 이제 공식적으로 우리 센터 식당 담당이 되었다. 반복되고 무료하던 사회복무요원 생활에서 뭔가 특별한 보직을 맡게 되어서 좋았다. 요리하는 게 좋고 누군가 나의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것도 좋았다. 


 지난번에 수육을 준비할 때는 주간에만 5만 원을 써 넉넉하게 준비했지만 이번에는 주간 13명과 야간 9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예산이 타이트했다. 결론은 원재료비가 싸고 양이 많아야 하는 음식. 고된 일을 하는 소방관에게 단백질 보충은 필수, 우선 센터 뒤 마트에 갔다. 고기 코너를 보니 돼지 다짐육이 싼 가격에 진열되어있었다. 4만 원어치 달라고 하니까마트 직원분이 놀라서 물었다.


 “소방관들이라서 많이 먹는군요. 식당 이모님은 어디 가시고 왜 삼촌이 왔어요?”

 “오늘 이모님 쉬셔요. 그래서 제가 요리해요.”


 마트 직원이 고생한다며 조금 더 나온 고깃값을 4만 원에 맞춰서 가격을 찍어주셨다. 남은 1만 원으로는 두부와 깡통 햄을 샀다. 놀랍게도 계산원도 똑같은 질문을 했고 나는 원래 요리사 출신이라고 말해주고 나왔다.  

 

 식당에 앉아서 뭘 할지 고민한 끝에 마파두부를 하기로 했다. 사실 난 중식을 배워본 적 없다. 그 흔한 중식도를 따로 구입한 적도 없다. 자취방에 딸려있는 싸구려 다이소 마크의 중식도 한 자루가 다다. 그렇지만 마파두부 하나만큼은 질리도록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 그렇다고 식당에서조차 사 먹은 적 없다. 어디서 처음 만들었는지도 기억 안 난다. 그냥 오래전부터 만들어봐서 만들 줄 아는 요리다.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그냥 만들다 보니까 맛있게 만들게 되었다. 


 다진고기와 두부가 주재료인 마파두부는 5만 원 선에서 만들고 재료비가 남을 정도였다. 기본적인 굴소스, 파, 양파, 마늘은 센터에 있으니까 우리 집에 굴러다니는 두반장만 가져가면 오히려 돈이 조금씩 남았다.


 센터에서 가장 큰 솥을 꺼내 미리 달궜다. 가스레인지 화력이 가정집하고 똑같아서 큰 솥을 달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파는 잘게 다지고 마늘을 편으로 썰어놓았다. 달궈진 솥에 기름을 두르고 파와 마늘을 넣었다. 파 기름이 어느 정도 나면 다진고기를 넣는다. 다진고기는 색이 날 때까지 진하게 볶아야 잡내가 덜 난다. 볶으면서 후추, 소금, 굴소스, 두반장으로 간을 조금씩 한다. 대용량으로 조리할 때 MSG를 꼭 넣어야 한다. 재료를 조금만 넣고도 맛이 잘나기 때문이다. 


 고기가 다 익으면 간장으로 불맛을 내고 고춧가루를 넣어 빡빡하게 볶아준다. 돼지기름과 파, 마늘 기름이 고춧가루와 만나면서 맛있는 고추기름이 완성된다. 그 후 다진 양배추와 양파를 넣는다. 어느 정도 익었다면 전분 물로 농도를 맞추고 두부를 넣고 양념이 밸 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국은 매콤한 마파두부와 잘 어울리는 계란국. 다진고기를 파마늘기름에 볶고 물을 붓는다. 굴소스, 소금, MSG를 넣고 물이 끓을 때 계란을 풀어주면 국은 완성이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쓰고 남은 야채와 깡통 햄을 볶아 햄볶음도 하였다.   


 12시 10분 전, 식사 벨을 누르니 직원분들이 2층 식당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웅성웅성하게 들렸다. 교대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구급반장님들과 센터장님이 먼저 올라오셨다. 지난번 수육 만든 소문을 듣고 기대에 차 있어서 조금 긴장이 되었다. 다들 반응이 괜찮았다. 


 구급 반장님들이 다 드시고 이제 경방 반장님들이 올라오셨다. 보조 인력을 지도하는 지도관님은 약간 무섭게 생기셨는데 한입 드시고 환하게 웃으며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셨다. 팀장님은 아빠 친구 동생분인데 요리한다는 소문을 전부터 들었다고 팀원분들에게 말해주셨다. 센터장님은 키가 엄청 크신데 크신 만큼 많이 드셨다. 밥 한 그릇을 다 비벼 드시고 경방 반장님들이 밥을 푸는 줄 뒤에 가서 한 그릇을 더 드셨다. 


 “제규 덕분에 제가 좀 편해졌어요. 시켜먹었으면 10만 원 깨지는데!”


 도급 담당 설강민 반장님은 날 띄워주셨다. 다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출동 알림 소리가 크게 울렸다. 경방 반장님들이 입에 남은 밥들을 욱여넣고 뛰쳐나갔다.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내려가니 설강민 반장님이 흡연실에서 나를 불렀다. 반장님은 항상 출동 후에 나와 담배를 한 대 태우신다. 현장에서 있던 일을 말해주실 줄 알았는데 고맙다고 하셨다. “네 덕분에 예산 빵꾸 안 난다. 앞으로 이모님 빠지는 날에는 부탁한다.”면서 잘 먹었다고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장비를 뒷정리하러 가셨다.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센터에서 조금 쉬다가 저녁 준비를 하러 올라갔다. 주간과 똑같이 조리하고 중간중간 출동 벨이 울려서 센터가 비게 되면 가스레인지 불을 다 끄고 센터에 내려가서 지령컴퓨터 앞에서 대기했다. 주간에 조금 남은 밥으로 중식 계란볶음밥을 했다.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센터장님이었다. 아마 식당 옆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올라오신 거 같았다. 볶음밥 냄새를 맡으시고는 옆에 와서 군 생활 안 힘드냐 나중에 뭐 할거냐고 물으셨다. 그리고는 밥을 달라고 하셨다. 볶음밥과 마파두부 한 그릇을 내어드렸다. 


 “잘 먹었어! 아들~ 출동 벨 울리면 알려줘~”


 센터장님은 장난기가 많으셔서 항상 직원들이나 나를 “아들~” 혹은 “xx이형”이라고 부르신다. 현장 일이 고되셨나 순식간에 드시고 대기실로 들어가셨다. 바쁘게 야간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5시 즈음이었다. 야간 반장님들이 슬슬 출근하셨다. 다들 한 번씩 보시고 기대한다고 하셨다. 아마 주간 반장님들이 자랑한 거 같았다. 젊은 반장님들은 “형~ 제규가 요리한 거 봤어요? 와! 지려요 ㅋㅋ”라고 하셨다. 우리 또래 말투였다. 


 야간 반장님들이 다 오시고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50분이 되니 인수인계를 위해 내려가셨다. 어느새 나도 퇴근 시간이었다. 센터에 인사를 드리니 다들 오늘 고생했다며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야간 팀인 박은성 반장님에게 “마파두부랑 국 데워서 드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답장이 하나 왔다. “마파두부 양이 ㄷㄷㄷ. 손이 진짜 크네요.” 


 주간에 쓰고 남은 재료를 다 넣으니 양이 좀 많긴 많았다. 남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음 날 출근했더니 야간 팀이 아침 식사로 깨끗하게 다 비우셨다. 다들 맛있게 드신 거 같아서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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