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공급: 하
-요리 과정: 하
-소요 시간: 짧다
계란에는 두 가지 파가 있다. 반숙 vs 완숙. 나는 반숙파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건 날달걀. 나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요즘은 신선한 달걀을 만나기 힘들다. 신선한 날달걀을 만났다면, 나를 대신해 이렇게 드셔 주시길. 계란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낸 뒤, 참기름을 또르르 떨구고 굵은소금 3알을 뿌려 마시면 천상의 맛이다. 참기름으로 비릿한 맛을 죽이며 고소함을 살리고 소금으로 간을 하니,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긴 하다. 나는 그 마음을 반숙란으로 달랜다. 호로록 넘어가는 노른자는 삶의 큰 즐거움이자 반숙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완숙파라고 해도 뒤로 가지 마시길! 반숙란과 완숙란 다 이야기할 예정이다. 계란을 맛있게 삶기 위해서는 역시나 맛있고 신선한 계란이 필수 준비물. 그다음으로는 잘 까지도록 삶는 것인데, 계란을 도려내지 않고 껍질만 까는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는, 물에 식초나 굵은소금을 넣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삶는 시간. 몇 분 삶느냐에 따라 반숙이 아닌 완숙이 될 수 있다. 반숙파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새삼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계란 모양으로 같이 넣는 타이머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결국 따로 사야 하는 지출이 아니던가! 게다가! 식초는 냄새가 고약하고 천일염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오늘은 그것을 깨부수는, 오로지 물과 계란만으로 황금 반숙란을 만드는 방법을 공개하겠다. 게다가 소요되는 시간도 더 짧다. 이것은 나의 어머니께 전수받은 특급 비법이다.
우선, 계란을 흐르는 물에 한 번 씻는다. 계란을 만진 후에 손도 씻어야 한다. 그래야 장이 안전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센불에서 계란이 잠길 정도의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센불을 유지한 채로 씻은 계란을 넣고 타이머 3분. 타이머가 울리면 불을 끈다. 자, 이제 여기서 반숙과 완숙이 나뉜다. 다시 시간을 재는데, 반숙은 3분, 완숙은 4분 대기하면 끝이다. 진짜 끝이다. 그리고 이 부분도 별표 쫙! 익힌 계란을 쉽게 까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겠다. 두 번의 타이머 후, 계란을 찬물로 씻어주는 것이다. 찬물에서 충분히 열기를 식혀주면, 퇴근 후 직장인처럼 껍질만 호로록 까진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10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식초나 굵은소금, 스마트한 타이머가 없이도 반숙란을 먹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반숙란을 하나 먹었다. 모든 반숙파들이(완숙파들도) 행복한 반숙란 시대를(완숙파는 완숙란 시대를) 누리길 바란다.
Tip. 잊지 말자! 황금 반숙란의 비법은 3의 법칙!
1) 계란을 씻는다
2) 센불에서 물 끓이기
3) 물 끓으면, 계란 넣고 3분 타이머(센불 유지)
4) 불 끄고 3분 타이머*
*완숙란은 불 끄고 4분 타이머
5) 익힌 계란을 찬물 샤워
6) 먹는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