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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 긴 옷을 입고

남다른 내 아이들

by 류다


코로나가 끝나고 난 뒤에도 지금까지 줄곧 우리 집 아이들은 둘 다 마스크를 고집했다. 35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에도 꼭 마스크를 썼다. 할머니댁에 가서도 음식을 먹을 때만 마스크를 벗을 뿐이었다. 그뿐 아니라 둘째는 한여름에도 꼭 잠바를 입고 다녔다.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줘도 춘추용 집업을 입고 다녔다. 보다 못한 내가 점퍼를 빨지 않고 숨겨둔 다음에야 윈드브레이커 점퍼를 입었다. 에어컨이 춥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찜통 같은 실외에서도 계속 입고 등하교를 하니 보기만 해도 답답했다. 큰애는 반바지도 입고 다녔지만, 따뜻한 옷을 좋아했다. 큰애가 즐겨 입는 낡은 겨울용 바지를 버리려고 하다가 혹시나 싶어 숨겨뒀는데, 9월에 되니 역시나 그 바지를 찾는 것이었다.


한창 예쁠 때인데, 그리고 내 눈엔 날씬하고 예쁘기만 한데 왜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일까. 다년간 학교에서 꼭 계절감각 없이 긴팔 옷을 고집하는 아이를 더러 보았다. 이렇게 얘기하면 나의 편견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친구들을 보면 거의 공부를 잘 못하거나 집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 집 애들이 뭐가 부족해서 늘 가리고 다니는 것인지 보기만 하면 속상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보면 우리 애들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몸에 흉터가 있거나 한 것도 아니다. 둘째는 흰 피부에 털이 좀 길기는 하다. 그것이 핸디캡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메이커 옷을 많이 안 사줘서 자신감이 없는 것일까. 교복 세대라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적당히 사줬다고 생각하지만, 옷이 많은 편은 아니다. 나는 쇼핑이 귀찮다. 아이들이 내가 고른 옷을 입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직접 옷을 골라 캡처해서 보내라고 해도 애들도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룬다. 직접 가서 사는 것도 당근 싫어해서 지금까지 같이 쇼핑을 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 집 애들은 왜 자존감이 떨어질까. 내가 잘못 키운 것일까. 어릴 때 너무 잔소리하고 간섭을 많이 한 것일까. 나의 양육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일한다고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육아 스트레스가 심해서 나보다 친절한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나도 밖에서는 친절한데 집에 오면 퉁명스러워지니까. 어린 시절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해서 자꾸 추위를 타고 옷을 두껍게 입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타고난 성향 탓일 수도 있지만 화살은 자꾸 자신을 향해 꽂힌다.


*덧: 오늘은 너무 기운이 없고 왠지 우울해서 서둘러 글을 마감합니다. 끝부분이 좀 미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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