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은 진짜
이번에는 진짜 내가 먼저 굽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애 터지게 사정하고 달래야 한단 말인가.
거의 매일 지각하는 고3. 작년에는 근무처가 멀어서 일찍 나가야 했기에 아이를 데려다줄 수 없었지만, 올해는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아이가 지각을 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가 자기도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첫째와 둘째는 학교가 다르다. 한동안 아침에 둘을 데려다주고 출근하면 내가 지각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세이프했다. 일찍 등교하는 게 힘든 둘째, 그리고 엄마와 등교가 불편한 첫째, 아침부터 힘든 나. 결국 첫째가 다시 버스를 타고 등교하기로 되었다. 대신 출근하면서 둘째 데려다주고 퇴근하면서 첫째 데리고 오는 것으로 타협이 되었다.
첫째는 아침에 나보다 일찍 일어난다. 4,5시에 일어날 때도 있고 보통 6시 전에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은 굶거나 속 부대낀다고 과일 몇 조각만 먹는다. 시험 치는 날은 안 먹는다. 수능 치는 날에는 점심도 안 먹을 거라고 선언했다. 내 속으로 낳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자식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는 것이라 믿고 싶지만 솔직히 안 믿긴다. 내가 출근할 때 문을 두드리며 빨리 등교하라고 말하고 가는데 대답이 없을 때도 많다. 나보다 먼저 나가는 일은 절대 없다. 그날은 아무 소리가 안 나길래 하도 답답해 문을 살짝 1cm 열었는데 미친 듯 소리 지르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이의 무기인 "학교 안 가."가 나올까 봐 걱정했으나 다행히 넘어갔다. 대신 오전 조퇴라는 복병이 나올 수도 있다.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자기 방 문을 여는 것이다. 거기가 무슨 성역인지 문을 못 열게 한다. 고1 때까지는 그러지 않았다. 청소한다고 들어가서 바닥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교재나 프린트물을 한쪽으로 정리해서 발 디딜 자리를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미친 듯 비명을 지르더니 자기 방에 들어갔단 이유로 등교 거부를 했다. 그 이후로 벌레가 나오든 어찌 됐든 아이방 청소는 포기했다.
이번엔 발도 안 디디고 자고 있는가 확인하려고 정말 살짝 열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문을 밀어 닫았는데도 아이는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뒤끝은 오래갔다. 아이의 다른 무기인 식사 거부였다. 사흘째까지는 나도 그냥 넘어갔다. 학교 가서 급식 먹고 먹을 것 사 왔겠지 하면서. 다음날은 애들 아빠 보고 설득 좀 해보라고 전화했다. 아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이는 휴대폰을 보통 방해 금지 모드로 해놓는데, 기분이 괜찮으면 나중에 전화를 거는데 이번엔 모든 대화 단절이다.
결국 5일이 넘으니 애한테 이겨서 뭐 하겠나 싶다. 나만 애간장이 탄다. 방문 근처로 가서 살살 달래고 구슬린다. 밖에서는 큰소리도 못 치는 아이가 제일 만만한 게 엄마지. 안 그래도 장이 안 좋은데 이러다 쓰러질라.
그렇게 이번에도 내가 졌다. 너도 나중에 너 같은 딸 낳아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엄마가 돼서야 비로소 깨닫는 부모님 마음. 주는 대로 받고 뿌린 대로 거두는 정직한 인생이다.